졸업식과 종업식(2003년도)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785 | 작성일 : 2004년 2월 12일

  일년 농사가 그렇고 일생을 지내면서 여정 안에 이루어지
는 생명 농사도 그렇듯 생명을 가꾼다는 것은 언제나 평탄
치가 않가. 그러기에 농사꾼은 늘 긴장을 한다. 평화스럽다
가도 느닷없이 비바람이 몰아치고, 태풍이 일어 한순간 생
명이 날아가고, 파묻히고, 부러지고, 엎어지고.. 하여 마음
이 상하다가도 건강하게 버티고 서 잇는 생명들을 볼 때면
그 결실의 기쁨을 볼 때면 큰 기쁨을 맛보게 된다. 학생 농
사를 지으면서 알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부모님이 자식농사
를 짓는데 얼마나 많이 긴장할까 하는 것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매년 학생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이 졸업할 때가 되
면 금년의 추수가 어떠했는지 점검을 해 보게 된다. 농사
를 지어보면 흉년일 때도 있고 풍년일 때도 있는 것처럼 학
생농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농사꾼은 늘 풍년을 기다한
다. 매년 풍년이었으면 좋겠다. 28명 졸업, 2명 취업, 26
명 대학진학, 글쎄 풍년인지는 잘 모르겠다. 남들이 풍년이
란 말을 해 주니 그런가 보다 한다.
  오늘 종업식을 미사로 시작해서 한 학년씩 진급을 시켰
다. 학생 농사는 계속 될 것이다. 농사꾼은 입춘이 지나면
농사기구를 점검하고 농사계획을 세워 일을 시작하듯이 새
학기를 기다리는 교사 농사꾼들은 학습지도안을 점검하고,
내가 맡은 생명이 어떤 생명일까, 어떻게 키울 것인가 등
을 생각하게 된다. 학생 농사의 목표는 나를 통해 그들의
생명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다. 방학 내내 우리 교사들과
어떻게 농사를 지을 것인가에 대해 의논을 하며 연수를 하
기로 했다.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도 농사꾼의 몫이며 생
명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보살펴 주는 것도 농사꾼의 몫이
다. 진정한 농사꾼은 기후와 여건을 탓하지 않는다. 비난하
거나 하늘을 향해 원망하지 않는다. 언제나 맡겨드리며 최
선을 다한다. 모든 생명이 건강하기 바라며 꿈과 전망을 내
놓아야겠다.
  5년 간 좋은 모습으로 학생들과 함께 했던 권현경 요한니
따 수녀가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종신서원을 위해
떠나는 영양사 김은진 가별 수녀,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떠나는 역사과 박정득 베드로 선생의 이임인사를 전하자 아
이들이 훌쩍이며 울며 다닌다. 김민정 학생은 1학년, 2학
년 때의 담임을 잃었다며 줄곧 울고 다니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성숙은 또 아픔으로 시작됨을 알려준다. 덕성과 능력을
쌓아 새로이 농사를 시작해야겠다. 든든한 마음이 되어 그
들의 허전함을 메워 가며 말이다.

+ 졸업을 빛내준 분들
 * 사제 : 김원택, 장인산, 이현로, 박진성 사제 , 수도
자 : 노틀담 수녀회 관구장 안칠라 마리아 수녀, 2004년 종
신서원 수녀 5명, 장영숙 교장 수녀, 덕영재단 전 휄리시
아 이사장, 교육계 : 청원군 강병수 교육장, 김상희, 김학
룡, 홍동렬 교장, 손영철 장학관, 김상태 사무관, 김병규
장학사, 옥산 기관장: 윤석만 면장, 김양식, 안관식 농협
장, 환희개발 권광택 대표, 서룡 개발, 금진화학 김진현 대
표, 그 외 신자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