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플 틈도 없다.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547 | 작성일 : 2004년 10월 8일

"서울 강남의 최 모(37)씨는 아홉 살짜리 아들 교육에 오늘도 허리가 휜다. 아이가 다섯 살 부터 한 달에 89만원씩 수강료를 내고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고 한다. 그것도 새벽에 줄을 서가며 넣었는데 2년 넘게 아이를 데리러 다녔다.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인데 늘 차를 태워서 학원을 두세곳 보내야 해서 최 씨는 현재 매월 사교육비로 90만원이 든다고 한다. 지난 여름엔 130만원짜리 영어 캠프에 보냈는데 내년엔 허리를 더 졸라매 해외 어학연수를 보낼 생각이다. 애 혼자는 미덥지 않아 엄마도 동행하는데 60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한 명만 낳아 최고로 키우고자 하는 명품교육 탓이다.

자녀 한 명당 사교육비는 애 키만큼 만 원짜리를 쌓으면 될 거라고 한다. 아이의 성적은 엄마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이다. 만일 엄마가 한 눈이라도 팔면 아이의 성적은 뚝 떨어지고 말거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시간은 자정부터 06시까지 취침시간, 오전10시부터 정오까지의 자기 시간이 고작이다. 아이를 깨우는 일, 영어단어 외우기 시키기, 아침 식사해서 학교 보내기, 아이를 위한 신문 스크랩이 끝나면 보통 10시가 된다. 12시까지 잠시 한숨을 돌리고 점심을 먹고 집안정리를 한다. 집안정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 주기, 숙제 챙기기, 영어학원 데려다 주기, 저녁 장보기, 논술과외 데려다 주기, 저녁준비, 저녁식사, 아이 씻기기, 숙제 학습지, 함께 하기, 나머지 시간에 집안일을 하면 하루가 마감된다고 한다. 차로 실어나르는 '로드 매니져'도 되어야 한다. 듣고 있자하니 "엄마가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엄마들이 스스로 다 만들어 내서 그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모두 다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남들만큼은 뒤지지 않게 가르쳐야 해서 긴장의 연속으로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가구당 자녀 1명에 한달 평균 27만원이 들며, 고 3때까지 따지면 약 6178만원이 든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고 한다. 서울. 수도권은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003년도 13조원이며 2001년도에 비하면 24.9%가 증가했고 임금 상승률은 2001년도 기준으로 2002년도 9.7%로 상승했지만 사교육비를 못 좇아가고 있다.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엄마는 식당에 나아가서 접시도 닦아야 하고 심지어는 노래방 도우미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형편이다. 결국 사교육비의 증가는 애 안 낳은 사회로 바뀌고 있으며 국가 존립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섭리를 거역하고 인위적으로 잔머리를 굴리며 산아제한을 했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아기 낳기 운동을 벌리고 있지만, 청년실업과 결혼연령의 지연으로, 또한 불임상황이 심각해서 자녀 출산문제로 부부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 학벌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 풍조가 문제"라면 그런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부보님의 허리가 휘는 것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혼비용이 1억이라니 까무러칠 노릇이다. 언제까지 자녀 뒷바라지 하다가 말 것인가. 이제는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중앙일보 9.23 제5면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