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이 보낸 편지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578 | 작성일 : 2004년 12월 23일

신부님, 안녕하셨는지요. 양업의 아들 호균이가 졸업 후 10개월 만에 펜을 듭니다. 충성!
졸업 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학에서 그다지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바쁜척하며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호균이는 군에 입대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양업에서 늦잠자고 일어나서 흡연 터에 가고 수업도 참석도 하지 않던 호균이가 지금은 고된 훈련 속에 생활하고 있습니다. 매일 사격, 검술, 수류탄 투척 등 위험한 훈련을 하면서 하루하루 이기고 끈기의 근성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등병이라는 작대기 하나를 위해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옛 추억에 빠져들며 지내고 있습니다. 쉴 수도 없는 훈련 속에서 아주 값비싼 것이지요. 양업의 생활에서 조금만 일찍 자고 조금만 말을 잘 들었어도 올바른 생활이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런 후회 속에서도 양업이라는 틀이 없었다면 나라는 존재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정말 힘들고 지칠 대 양업의 선배 동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단순한 철없는 아이에 불과 했을 것입니다. 힘들어 도망가고 싶을 때 “하느님은 사람에게 사련과 고통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주던 선배가 생각납니다. 내가 학교 밖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호균아! 학교 와라, 보고 싶다.” 라며 기다려 주던 동기덕택으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양업만이 할 수 있는 선배, 동기, 후배 사이이지요. 신부님은 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시련, 고통, 아픔, 눈물을 주기위해 존재하는지 아세요.” 제가 양업에서 지내면서 찾아 낸 해답은 “인간에 그런 것들을 통해 강해지게 하려고 한 것 아닐까요. 그 어려움으로 우리는 강해지니까요. 강해지라고 그런 것을 주시는 것이지요.”라는 생각입니다. 양업의 3년 정말 즐거웠고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지금까지 간직한 추억, 인연으로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업고의 기숙사  박달나무 선배인 이강렬 선배는 지금 저희 훈련소에서 일병으로 매일 챙겨주고 동기인 동헌이는 저랑 훈련소 26연대 430동기로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직 입대 3주차라 많이 힘들고 고달픈데 두 사람의 도움으로 많이 이기고 있습니다. 신부님이 그렇게 속상해 하고 걱정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또 하나의 신부님 자랑거리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하.. 이제 몇 주 후면 퇴소하게 됩니다. 고대하던 이등병 계급장을 달게 됩니다. 유급이 있긴 하지만 사격, 재식, 행군, 수류탄 투척 등 모든 훈련을 최고 합격하고 있어서 걱정이 없습니다. 헤 헷, 신부님이 이 편지를 보실 때면 제가 퇴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편지를 2주일 뒤에 주기 때문에 퇴소를 했을 것입니다. 전출해서 자대에 가면 또 편지 올리겠습니다. 그동안 건강 하세요. 충성!!
                                                    2004. 12.10, 훈련병 정호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