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자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465 | 작성일 : 2005년 6월 22일
지리산 종주가 3박4일의 일정으로 6월7일에서 6월10일 사이에 있었다. 매 학기마다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산행의 경험이 전혀 없는 1학년 학생들은 걱정이 많이 된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리산이 안겨주는 선물이 값지다는 것을 알기에 큰 걱정은 안 하지만 시작 전에 새내기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모두들 산행이 잘 이루어지길 기도했다. 특별한 산행조가 있었는데, 진주 방향에서의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천왕봉, 노고단을 거쳐 정치령을 넘어 고기리까지의 코스를 종주한 조가 있었다. 3박4일 동안 담당 교사와 함께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멋진 산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일행은 피곤함이 환한 미소 속으로 숨어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산에서 마주친 학생들로부터 ‘이렇게 건재하다’라고 자랑스러워하는 느낌도 받았지만, 때론 쩔뚝거리며 힘이 너무 든다며 응석을 부리는 모습도 보였다. 산행을 마치고 개선장군이 되어 학교로 돌아온 전교생들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넘쳐나 있었다. 특별히 3학년의 협력은 두드러졌으며 새내기들도 이에 힘을 받았다. 집채만한 배낭 속에 버너, 코펠, 햇반, 마른반찬, 김치 등을 주섬주섬 꺼내 해먹고, 물을 끓이고, 음식을 나누고, 산장에서 새우잠을 자며, 길게 인내했던 산행. 이렇게 함께 지낸 3박4일은 그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으리라. “3박4일의 산행을 통하여 학생들의 성격을 확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나 몰라라 하는 방관자도 있고, 눈에 보이게 부지런해 남을 도와주는 학생도 보이고... 소득이 남 다릅니다.”라고 한 선생님은 말한다. 나는 산행에서 혹시 어려운 학생들을 만나면 도와줄 양으로 지리산으로 향했다. “낙오자 3명 발생입니다.” 산 정상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예정 지점에서 이탈한 패잔병의 모습을 한 학생 3명이 힘없이 눈에 들어왔고, 이탈한 조원들을 보는 순간 같은 조의 대원들이 제대로 산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조원의 이탈은 조원들의 산행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필요한 준비물을 각자 나누었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빠져도 타격이 크다. 나는 이탈한 학생들의 배낭을 확인하려고 마음먹고는 2,3분 정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들은 어디론지 사라졌다. 1시간 후 본부 조 교사들에 의해 또 다시 발견되어 매표소에 내려주고는 차를 주차하는 순간에 또 다시 도망가 버렸다. 마음이 비뚤어지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들 학생들은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로터리 휴게소로 산행을 하다 꾀가 생겨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대열에서 이탈한 이들이었다. 학생들의 마음을 돌리려 했으나 이미 굽은 마음은 끝내 돌이키지 못했다.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날 저녁 무렵 전화가 왔다. 시내에서 조무래기 중학생들한테 용돈을 빼앗다 경찰에 붙잡혔다는 것이다. 일의 결과란 원인 때문이다. 좋지 못한 마음이 원인이 되어 그런 결과를 낸 것이었다. 어쩌면 교육상 잘 걸렸다 싶었다. 만약 잡히지 않았다면 더 큰 것을 계획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은 언제나 학생들만의 문제로 끝내고 싶지 않다. 문제는 부모와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상담치료프로그램, 못다 한 산악등반 수행을 부모와 함께 마쳐야 한다. 힘이 들고 어려울지 모르지만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서 좋은 행동을 꺼낼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언제나 우리 안에는 늘 좋은 일과 또 어려운 일이 함께 있다. 때론 좋지 않은 일도 있는데 그것 또한 살아가는데 다 필요한 일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관심이 그들을 건강하게 살릴 것이다. 학교의 결정을 존중해면서 잘 하고 돌아왔으면 하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