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이 그래가지고서야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620 | 작성일 : 2005년 6월 22일

성질이 그래가지고서야

  벌써 오래된 일이다. 낚시를 하러 가보면 낚시꾼들은 여러 대의 낚시를 드리우고 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보자에게 입질은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입질 한번 하지 않고 밤을 꼬박 새는 날도 있어 그런 날은 지루하기만 하다. 어쩌다 피라미라도 걸려들 때 전해지는 짜릿함이 무료함을 깨우지만. 가끔 큰 것이 걸려들어 요동을 치기라도 하면 여러 대의 낚시줄은 사정없이 엉켜 골치 아픈 상황이 되고 인내를 시험할 때가 다가온다. 이런 때에 프로 낚시꾼은 전혀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오랫동안 내공을 쌓았기 때문에 이때에는 더욱 냉정해져서 밤새껏 고기와 신경전을 벌이기보다는 자연과 동화되어 머리를 식히며 느긋하게 즐긴다. 줄이 심하게 엉키기라도 하면 투정 한마디 없이 밤을 새워 풀기도 하고 말이다. 초보자는 전문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똑같은 상황이 나에게 찾아왔을 때 성미가 급하고 덕이 부족한 나는 엉킨 줄을 풀 인내를 느긋하게 갖지 못하고 단번에 줄을 끊고 새것으로 갈아 끼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날이면 성질을 참지 못하고 엉킨 줄에 대까지 구겨 던져버린다. 이렇게 처신하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정말 덕이 없어 보인다. 그런 일이 몇 번 더 있고난 다음엔 재미를 잃어 낚시를 그만 두게 되었다.   
  학생문제를 놓고 늘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감정에 치우쳤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낚시 줄을 끊어내듯 단번에 처리하려고 했다. 지내놓고 보면 학생들은 별로 문제가 없는데 내가 나의 잣대로 학생들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되는 걸 언제나 문제해결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문제는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부풀어 있게 마련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처방전이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한 교육적인 접근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늘 처벌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학교는 발 빠른 결정을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를 불신하고 함께 반발하기도 한다. 사소한 일인데도 학생들은 이곳저곳에서 심통을 부린다. 학생들의 이런 마음을 잘 살피지 않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후회를 한다. 무엇 때문에,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밤을 새워가며 학생과 함께 문제를 풀어 보려는 마음이 부족하였다. 강제적인 방법으로 빠른 시간 안에 학생들을 진압하여 내 요구에 순응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런데 이는 나만의 병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어른이면 모두들 이런 급한 병에 걸려 있을 것이다. 천천히 순리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내 생각을 구겨 넣어 급조시키려는, 결국에는 살리는 것이 아니라 못쓰게 만들어 문제아로 결정내린 게 아닐까? 눈앞의 발등만 쳐다보고 미래를 보지 않는 근시안적인 태도가 청소년을 더욱 병들게 한다.
  이제 고기잡이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꼬인 낚시 줄을 밤새껏 풀며 인내를 배우는 여유로운 낚시를 하고 싶다. 학생들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정확히 읽고 매듭을 풀어가는 인내를 배우기 위해 다시 낚시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