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경험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782 | 작성일 : 2004년 5월 28일

"사춘기는 청소년 시기 내내 진행이 됩니다. 그런데 중학
교 시절이 가장 심각하지요. 뭐 모르고 나대는 거 있지요.
2차 성징이 뚜렷이 나타나고 심리적으로 무엇인가 두숭숭합
니다. 사춘기는 일찍 겪을수록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
습니다. 저 보세요. 저는 중학교 때 건 멋 부리며 심한 몸
살을 겪었는데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
출을 하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다 해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집을 나갔습니다. 가출원인은 "답답하기도 하
고, 부모님 잔소리 듣고 싶지 않고,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
싶어서요. 다 무지와 호기심에서 나대보는 것 아니겠어요.
청소년 때는 짱이 되고 싶고, 소위 겉멋 부리고 싶은 거지
요." "부모님이 너희에게 어떤 잔소리를 자주하는데?" "공
부해라. 집에 일찍 들어와라.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지 마
라..." "무엇이 그렇게 답답하니?" "부모님께 청을 드리면
거의 쳐다보지도 않고 하지 마라, 입니다." "누구와 그렇
게 놀고 싶니?" "이성 친구들이죠. 서로 사랑하면 좋은 거
잖아요. 사랑이 뭔지 알고나 하나요. 그냥 좋으면 함께 지
내는 거죠." "지금 후회되니?" "아니요, 정신 차리고 나면
좋은 성숙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무엇하고 노니?" "술
도 마셔보고, 담배도 피워보고, 어른 흉내 내며 놀기도 합
니다. PC방에서 게임도 하고 놀지요." "얼마동안 가출을 하
니?" "길게는 몇 달, 짧게는 며칠이면 상황이 끝납니다. 화
장실만 해결되면 가출은 더 길어질 수도 있죠. 씻고 지내
야 하지 않겠어요." "숙식은 주로 어디서 하니?" "알바를
하며 그곳에서 지내지요." 다른 남학생도 자기 이야기를 들
려주었다. "무조건 가출하면 세상일이 우리 뜻대로 잘 돌아
갈 줄 알았습니다. 첫날 점심을 먹고, 찜질방에서 놀다 나
와 보니 갈 곳이 막막했습니다. 아직도 밖에 날씨는 제법
쌀쌀한데 정자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어요. 감감이 없어지
고 이러다가 얼어 죽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 생각
은 전혀 나지 않고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이 따뜻한 방, 이
불이었습니다. 정자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아침 이른 시
간에 마을 할머니께서 따뜻한 우유를 건네 주셨습니다. 노
숙자가 되어보니 부모님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자기 뜻대
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3일 만에 접었습니
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온 저를 꾸짓지 않으시고 저의 주
린 배를 채워주셨는데 음식은 꿀맛 같았습니다. 그 날 이
후 저는 가출이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어른
들이 걱정하시는 줄을 전혀 몰랐습니다. 죄송했지요. 지금
도 부모님은 제가 늦게 귀가하기라도 하면 예전의 악몽을
되살리며 또 가출을 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계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는 저를 믿어도 되는데 말입니다.
하하..." "범생이들은 언젠가 늦바람 나 겉멋 들어 고생
좀 할 겁니다. 다 한번씩 거쳐야할 과정이지요." 범생이가
걸어가는 길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는 우리 학생들, 왠지 어
딘가 모르게 더 성숙해 보인다. 그래서 더 신뢰가 간
다. "자네 체험담을 다른 친구들한테 들려줄 수 있나?" "우
리 아이들은 가출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알고 있어요. 모
두 다 한마당씩 깔아놓습니다. "나도 가출체험 해보고 싶은
데." "신부님, 가출이고 출가고 하지 마세요. 부모님만 애
를 태우는 걸요. 속이 있는 마음을 헤아려본다. 그렇게 몸
살을 앓던 학생들이 맘 잡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면 모
두 다 한때인 것 같다. 철이 부족해 부모님 마음을 더 이
상 상하게 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학생들이 겉멋을 최고
로 여기는 사춘기를 지나면 모두가 제자리를 잡게 되는 또
다른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