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간 자리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618 | 작성일 : 2004년 7월 2일
올해 3월에는 때 아닌 폭설이 내렸는데 태풍과 장마도 마찬가지인가. 예상치 못한 장대비로 학교 앞 내(川)가 滿水位가 되어 성난 怒濤를 하고 강 위에 수없이 떠내려가는 浮游物을 본다. 이 곳은 청정한 지역으로 이름이 나 여름이면 사람들이 찾아와 고기도 굽고 물놀이도 하고 음식도 나누며 한껏 피서를 즐기는데 그네들이 돌아갈 때면 그 즐거움들을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버려진 쓰레기를 다시 깔끔하게 처리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비가 필요했던가. 장대비가 산골짜기부터 쓰레기를 쓸어내려 산 아랫자락은 쓰레기로 범벅이 되고 이것을 싣고 천천히 내려가는 강은 무척 버겁게 느껴져 바라보는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유속이 느리고 하천이 범람하면 사람들은 天災라 하며 하늘을 원망한다. 평소에는 자기들의 이해타산으로 녹지대를 깎아 아파트를 짓고, 둑을 막아 농토를 만들어 부유물을 삭혀주던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조상 대대로 굽이쳐 흐르며 생명이 우글대던 내(川)를 부자연스러운 직선으로 만들고는 곧은길을 냈다고 자랑을 한다. 더불어 사는 생명들의 서식처를 망가뜨리고는 인간들만 살면 된다고 한다. 폐광된 광산에서 남은 중금속이 인간의 뼈를 파고들어 병이 들게 한다. 이렇게 하여 아프고 나면 남을 탓하고 하늘을 원망한다. 이번에 내린 장마에 제멋대로 뒤엉킨 이기적인 마음들까지도 부유물과 함께 다 씻어내려 갔으면 좋겠다. 하느님을 모르고 생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하는 인간들. 나만 깨끗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더러움을 버리고 간 모습이 다시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오늘도 산책을 하다 청정한 숲 속에 버리고 간 쓰레기 양심 한 무덤을 발견했다. 그래도 자연은 겸허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강 위에는 더 이상 부유물이 떠내려 오지 않는 걸 보니 산천의 청소가 다 끝난 모양이다. 오랫동안의 장마는 사람을 질리게 한다. 파란 하늘이 보고 싶다. 장마가 끝나고 물이 빠지면 학교 앞 白沙場은 윤기를 되찾고 밝은 햇살에 반짝일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깨끗해진 장소를 찾아 음식을 먹으러 오겠지. 나는 어느덧 산천의 파수꾼이 되어 있었다. 산책을 하다 백사장에서 한 가족이 하루를 지내고 나서 널부러진 쓰레기를 남긴 채 떠나는 것을 보았다. ꡒ안녕하세요. 뒷정리를 하고 떠났으면 합니다.ꡓ 중년의 젊은 놈이 성질을 부리며 ꡒ烏飛梨落 꼴입니다. 내가 안 그랬어요ꡓ 문자를 쓰는 것을 보니 제법이다 싶었다. 그 자리에서 일행이 일어나는 걸 보았는데도 시치미를 뗀다. ꡒ양반님, 나는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인데 머물던 자리라도 정리했으면 합니다.ꡓ 자존심이 상했나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ꡒ나 양반 아닙니다. 쌍놈입니다ꡓ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소주병이 나뒹굴고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용기들이 바람에 날린 채 아이들 손만 낚아 부부는 아무 일도 없던 듯 당당히 떠난다. 그들이 떠난 후 학생들을 데리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씹다 버린 껌이며, 피우다 만 담배꽁초, 사용하고 버린 휴지들, 아직 쓸만한 물건까지도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었다. 이것들이 자녀의 마음속까지 파고들까 뒤엉기게 할까 걱정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의 구겨진 마음으로 무심코 버린 컵라면, 캔, 휴지들로 학교 안이 넘친다. 하늘을 이고 지구를 밟고 사는 인간들은 이 땅이 창조주 하느님이 마련하신 땅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장마가 끝나면 곧 청정한 하늘, 땅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모처럼 청정한 휴식처를 만들어 주었으니 감사할 줄 알고 시원한 여름, 즐거운 여름이 되었으면 한다. 재해는 天災가 아니라 人災임을 더 잘 기억해야겠다.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도 사는 행복한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