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학기를 마감하며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444 | 작성일 : 2004년 7월 9일

2004년 40명이 입학하여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건강하게 살아준 한 학기였다. 3학년 학생 지도부가 예년에 볼 수 없이 성실하게 활동에 임해주었고 후배들을 많이 사랑해주었다. 밖에서 서성이는 학생들보다는 교실에서 선생님들과 지내는 모습이 월등히 많았다. 아직은 책과 노트와 연필이 없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찍 기상을 하여 산책을 하고, 몸 관리를 하고, 도서관에서 주도적인 삶을 선택하게 된 학생들도 있고, 어떤 학생은 학교와 옥산을 걸어 다니며 운동을 하고, 학교에 없는 책과 정보를 얻기 위해 밖의 도서관을 찾으며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수능을 앞두고 밤낮없이 공ㅂ방에서 지내기도 하고, 수시면접의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들도 있다. 꼬박꼬박 아침밥을 챙기며 하루 일과를 힘차게 시작한다. 머리를 단정히 하고 담배를 끊고 단식을 하고서 책상머리에 앉은 모습에서 건강함의 징후를 발견한다. 방과 후 낚싯대를 들고 여가 활동을 즐기기도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없다. 우리 아이들의 성향상 시킨다고 듣는 아이들이 아니다.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가 된다며 자기를 통제하고 질적인 성장과 성숙을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들을 보면 무척 대견스럽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다. 끊임없이 각종 대회를 찾아다니며 자기 기량을 테스트하고 온전히 서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흔적을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

"저녁에 제 시간에 취침을 하게 하고, 아침에 깨워서 식사를 하도록 해주세요." 학부모의 자식사랑에 대한 주문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다. "집에서 아침을 먹니?", "아뇨","그러면 아침을 먹으라고 깨우니?", "아뇨, 깨우다 지쳤나 봐요, 그냥 내버려둡니다." 아이들 대부분의 답변이었다. 자기가 실흐면 세상 귀찮은 아이들이다. 여태껏 집에서 많이 강제하고 명령했을 것이다. 주일이면 몇 번이고 미사 참석 방송을 하고 돌아다니며 깨워도 성실하게 참석하는 학생은 고작 15명 내외이다. 그 외는 허탕을 치기 일쑤이다. 아침조회도 참석지 않는 아이들을 깨우다가 선생님이 봉변을 당한 경우도 있다. 부모님들의 요구가 갑자기 많아졌다. 그 요구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이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전에는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 교실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수업은 여전히 산만합니다." 한 선생님의 말이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흡연터로 달려가는 아이들, 참 안 돼 보인다. 할 일을 못 찾아 방황하고 무료해하는 그들에게 좋은 것이라고는 담배 밖에는 없는 거라는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씩, 그것마저 다 떨쳐버리리라고 나는 믿는다. 제 눈에 안경인가? 우리 아이들은 얼굴이 참 잘생겼다. 얼굴 값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 생각하기도 한다. 다들 똑똑한 아이들로 보인다. 어디 내다 놓아도 손색없고 자랑할 만한 우리 아이들이다. 늘 고민 속에서 제대로 변하길 기도하고 있다. 이제 여름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려보낸다.

부모님, 이 학교에서 못 다한 것들 잘 챙겨주실 것 부탁드립니다. 주일미사도, 아침밥도, 일정시간의 규칙생활도 함께 말입니다. 자상하게 타이르고 올바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무 사고 없이 정리되는 한 학기! 하느님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학부모 회의에 열성을 다해 참석해주신 부모님, 외출주간에 당직을 함께 서주신 학부모님들, 학부모 대표님들의 관심과 격려 또한 감사드립니다. 교감 수녀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은 물론입니다. 방학 동안 각종 자격연수, 직무연수, 학교가 개최하는 가톨릭 대안교육연수, 일본 해외연수, 중국이동수업을 위해 떠나는 선생님들, 모두 모두 건강하게 지내도록 기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은인 여러분께도 감사드리며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