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 캠프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568 | 작성일 : 2004년 7월 15일

지난 7월 10일 오후, 학생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속속 학교로 모여들고 있었다. 1학년은 학교에서, 2학년은 용인 청소년 수련관에서 부자 캠프가 있기 때문이다. 호의적이고 열성적인 아버지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자주 못 만나는 이유도 있지만 학부모회의가 있는날엔 나는 늘 어려운 퍼즐놀이를 하듯 학부모와 자녀들의 짝 맞추기를 한다. 이번 부자캠프에도 이름을 불러주며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데 묵묵히 바라보며 인사를 나누려니 여전히 힘이 들었다. 선뜻 "누구 아버지입니까?" 물어보기가 어려웠고 도대체 몇 번째 묻는지 나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몰, 가몰 거리는 기억장치를 가동시켜보지만 영 신통치가 않다. 이렇게 해서 어디 사목자라고 하겠는가? 착한 목자는 우리 안에 들어있는 양을 모두 안다고 하였다. 눈감고 다니며 만나는 것도, 건성 만나는 것도 아닌데 며칠씩 함께 지내고서도 누구냐고 묻는 경우도 있으니 나도 중병은 중병이다. 식사를 하며 서로가 내용을 끄집어내다 보니 연결이 되기 시작하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퍼즐놀이가 끝나게 된다. 마음속으로 내린 결론은, 부전자전이다. 어쩌면 저렇게 닮을 수가 있을까? 하며 흠칫 놀란다. 나는 직, 간접으로 아버지와 자주 관계를 갖지 않기에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평생을 부부로 살면서, 내가 낳은 자식과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모른다면 그것은 심각한 관계일 것이다. 아직도 행방불명인 채로 학기를 마치는 학생들이 있다. 학교도, 학부모도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 외박 날이면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밖으로 빙빙 돌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학부모와의 관계가 원수인가? 끌어안아야 하는데 말이다.

오늘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만났다. 축구시합을 하기도 하고, 몸을 서로 부딪치며 땀을 흘리기도 하였다. 부자지간의 대화를 갖기 위해 산책을 나가고, 촛불예식을 하며 그동안 앙금처럼 남아 있던 마음들을 편지로 옮겼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사랑의 편지를 서로 교환하며 읽어 내려간다. 이산가족의 만남처럼 눈시울을 붉히며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밤으로 깊어지고 있었다. 사랑한다.. 사랑해요... 그 흔해빠진 사랑타령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자난날들이었던가. 서로 비켜 지나가고 직면해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발견한다. 자주 만나야지요, 참 좋은 부자캠프였습니다... 폭죽이 터지고 밤하늘에 수놓은 불꽃처럼 부자지간의 마음도 하느님의 마음으로 힘차게 타오른다. 방학이 되면 더 따뜻한 방학이 되리라. 2학년들도 좋아라 기쁜 모습들하고 차에서 내렸다. "좋았니?" 활짝 웃어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엔 행복감이 가득 넘쳐 났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학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열성적으로 준비해주신 학부모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든든한 동반자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행복해진다. 늘 편안하게 웃어 보이는 수녀님처럼, 준비하는 어려움 다 숨기고 웃어주시는 학부모님께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다. 어쩌면 그렇게 좋은 마음들을 하고 계신지. 아이들도 밝게 변하리라. 양업의 가족 여러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