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견학 연수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4,176 | 작성일 : 2004년 7월 29일

방학이 되자마자 일본 히로시마로 떠났다. 대안학교 프로그램 개발의 일환으로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6박7일(7월18-7월24일) 일정으로 일본의 다양한 형태의 학교(히로시마와 오까야마의 청심고등학교 2곳, 동경의 대안학교 2곳, 동경 살레시오 고등학교 1곳)를 견학하고 인성교육 프로그램 실시 현황을 조사키로 했기 때문이다. 교장, 교감을 포함하여 11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일본 열도는 연일 최고치의 온도를 갱신하며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동경 39.5도라는 열기를 뚫고 버스, 신칸센 초고속 열차, 거미줄처럼 연결된 일본국철 등을 이용하여 어려운 견학을 계속했다. 가끔은 히로시마, 미야지마, 교토를 관광하기도 하고 교토의 원시림이 보여주는 자연의 절경에 취하기도 했다. 히로시마의 주교좌 평화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일본 본당신부(70세)로부터 원폭현장 당시에 있었던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어려웠던 시절에 배를 채웠던 민속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다. 장난끼가 넘쳐나는 김현용 사도요한 신부과 교토대학의 이동석 베드로 교수의 넉넉하고 자상한 안내는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60주년이라는 긴 역사의 청심고등학교의 자연친화적 교육환경과 학교시설은 우리의 발길을 묶어 놓았다. 노틀담 수녀회가 운영을 하는 이 학교는 설립정신인 “마음을 깨끗이, 사랑이 넘치는 인간 육성”을 기초로 하여 원폭피해 당시의 가난하고 소외된 자녀들을 위해 학교를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열정을 수도자들이 쏟았겠는가? 기도하며 일군 학교현장은 초일류 고등학교라는 명문의 자리로 중, 고 1천명의 학생들이 건강한 생명으로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소를 잃지 않는 교장 수녀, 교감의 친절한 학교 안내, 프로그램 지원, 내방자들에 향한 전 직원의 사랑과 친절이 담긴 눈망울을 부러워했다. 모든 직원들이 손을 흔들며 끝까지 배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동안 내 자신의 의례적인 모습을 반성케 했다.

원폭피해의 흔적으로부터 말끔히 탈출한 히로시마는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었다. 교토에서 신칸센으로, 동경으로, 우리는 날아다니는 듯했다. 2시간 반 정도 달렸을까 동경 한복판에 내린 우리는 피곤에 지쳐 YMCA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 날 키리가오카 Charainge School(공립 대안고등학교)와 Free Space 다마리바를 견학했다. 이 두 학교에서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의  진지한 모습과 열정으로, 초발심의 미음을 갖기에 충분했다. 부적응 청소년들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대가 누구인가를 지긋이 바라보며 대안을 찾아 생명 농사를 짓는 교사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마지막 날에 방문한 곳은 부적응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사레시오 고등학교였다. 수사 신부인 교장의 안내를 받았는데 과거의 집단 대형화 수용교육에서 소규모 개별교육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학년단위의 최고의 시설에 열악한 아이들을 받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교장 신부의 얼굴엔 어려움의 흔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뿐이었다. 연수를 통해 우리 교사들의 질문과 요구에 성실히 답해주며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해준 모든 학교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일본의 문부성 소속으로 대안교육의 전문가인 김태훈 스테파노 교수의 안내, 아네스 자매의 안내는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거류민단 회장인 안젤라 자매님의 후원과 도움으로 신쥬쿠, 하코네, 후지산 등의 여행을 즐기기도 했고, 전주옥(루시아)이라는 한식당에서의 풍성한 정찬과 시원한 생맥주는 밀렸던 피곤을 삭혀주었다. 어딜 가나 고마운 은인 분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공항에서의 작별은 우리들의 마음 한가운데의 고마움과 감사의 보답으로 기도를 드렸다. 보고 돌아 온 우리들은 좋은 대안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