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이야기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040 | 작성일 : 2004년 10월 27일

아이들의 문제가 불거지면 학부모들은 흥분한다. 자기 자녀 문제가 되면 부모들은 차분하게 원인을 따져 대처하기보다는 자녀들 이야기만 듣고 흥분하며 학교에 모든 책임이 있는 양 일방적인 성토와 비난을 한다. 학교의 교육철학을 무시하며 사회의 고정된 시각으로 훈시를 들어야 하고 때론 죄인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부모의 자녀 사랑은 하느님께서 창조 때부터 종족 번성과 사회의 영속성, 그리고 발전을 위하여 부부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 사랑은 좋지만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는 그들을 홀로 설 수 없게 만들고, 관계 만들기에 있어 자신감의 결여로 주체적인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갖게 한다. 부모는 이 부분을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기숙사 내에서 선, 후배 간 폭력, 거지근성에서 나온 금전갈취, 동성 간의 성추행으로 몇 명이 연관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관련 학생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학교 전체의 문제인 양 성토하고 비난하여 학교가 어려움을 겪었다. 학부모들은 이른 새벽부터 학교로 몰려와 따지고 들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직면하기로 결심하고 기도를 드렸다. 토요일이지만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학부모들과 장시간 회의를 했다. 여러 학부모들은 학교가 문제의 심각성을 회피하고 덮으려만 한다며 군중이 아우성치듯 신랄하게 비난하였다. 학교 측은 철저히 무시당한 느낌을 받았고, 자녀들의 문화가 과연 양업의 토양 위에서 자란 것이냐고 되물었다. 일부의 문제를 학교 전체의 문제로 몰아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저기압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따지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성토는 어느 정도 그치고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찾기로 하였다. 상기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성가를 부른 다음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건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시간을 아껴가며 학부모와 머리를 맞대었다. 힘든 하루였지만 마침내는 열린 토론이 돋보이고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에 그 동안 읽지 못했던 학부형의 다양한 내면을 볼 수 있는 점에 감사했다.
 분명히 학교는 사안을 덮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다만 치부로부터 학생을 보호해야 하고 상처를 싸매 주어야 한다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했기에 외부에서 보면 사안을 가린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각자가 끝까지 네 탓으로 돌려 서로의 입장을 팽팽히 높이기만 했다면 해결점은 찾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그들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기를 거부했을 것이고, 열린 마당은 감정싸움으로 변하여 더 깊은 상처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부모들의 객관적 접근으로 대안도 어느 정도 마련되고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었다. 후에 학부모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번 일을 돌아보며 그 동안 학교 분위기가 많이 느슨해진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학생들이 문제가 생겨나면 선생님과 해결하기보다 부모에게 알려 해결해 주길 바라는 태도도 고쳐나가야 한다. 분명 부모의 그늘이 큰 만큼 자녀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음도 지적하고 싶다. 떳떳하게 직면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무기력해서 힘든 것은 싫어하며 즐거운 기호만을 찾으며, 분별력도 없이 행동하고 의지가 약해 내적통제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이전에 경험했던 학생들보다 더 어렵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긴 시간 동안의 토론은 1.2.3 학년 학부모, 학생, 교사로 구성된 폭력방지 대책기구의 마련으로 결론을 맺었다.
 우리가 맡고 있는 학생들을 건강하게 기를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발전적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어른과 교사들의 몫이다.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한 교사, 학부모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위기는 도약이며 곧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