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아이들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103 | 작성일 : 2005년 3월 25일

어느 세대이건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무엇인가? 내가 마음이 불편할 때 반말로 떼를 쓰고 종처럼 부려먹고 심통을 부려도 되는 대상이라고 알고 있다. 누에 허물 벗듯 한 아이의 잠자리를 정리하고, 방 청소, 식사준비, 빨래를 쉴 새 없이 한다. 어디 집안일뿐이겠는가? 아플 새도 없이 죽어라 집 밖에서 일을 한다. 가족들 모두가 풍성한 식탁에 둘러 앉아 따듯한 식사를 하고 있어도 엄마는 함께 식사하지 못하고 주방을 오가며 음식을 나른다. 그러다 정작 자신은 찬밥 한 덩이를 자기 몫으로 남겨둔다. 꺼칠하니 화장도 않고 헝클어진 머리를 동이고, 거칠어진 손등과 다 닳아빠진 손톱을 하고 있어도 엄마는 으레 그런 줄 안다. 남편 일, 아이들 일, 산적한 일을 앞에다 놓고 아무 말 없이 속을 태우며 사는 것을 옆에서 보아도 엄마는 원래 그런 줄 안다. 그런 자녀들이 나이 들어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키우다 보면, 그때서야 엄마의 감추어진 마음을 깨닫고 자기의 잘못을 뉘우친다. 자기 자녀들도 말 안 듣고 부모의 수고를 당연시 여기며 더디게 깨어나는 모습을 보면 예전의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속으로 아파하며 안타까워한다. 연륜이 쌓이고 머리가 희뜩해질 즈음, 떠나보낸 엄마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큰 사랑을 깨닫고는 울음을 터트릴 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철부지들이 어디 우리 아이들뿐이겠는가. 우리는 모두다 철부지들이다. 신앙인들에게 예수님은 누구인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고 알려진 분, 식사도 할 겨를 없이 살아가셨을 분, 내가 알고 있는 도식에 의해 인간을 위해 금년에도 당연히 십자가에 매달려야 할 분 정도로 알고 있다. 어쩌다 아프기라도 하면 반말하며 살려내라고 심통을 부리고 투덜대는 대상일 뿐이다. 죄를 짓고는 사해달라고 떼를 쓰며 매달리는 대상일 뿐이다. 여전히 철부지 신앙인에게 예수님의 수난은 그분의 쏟아지는 긴장감과는 달리 나에게는 빈 쭉정이로 공중에 흩어질 뿐이다. 내 방식대로 살고는 예수님은 당연히 우리를 위해 살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분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겸손이신 그분은 나의 발을 닦아주지만 교만한 나는 그 위에 군림한다. 성목요일 밤 세족례를 하고는 신부가 내 발에 무릎을 꿇고 닦아 주었다며 왜곡되게 으스댈 뿐이다. 예수님은 고통과 죽음을 당연시 맞이해야 할 분으로 그분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고 난 천연덕스럽게 꽁무니를 빼고 산다. 언젠가는 철이 들겠지 하지만 여전히 금년에도 철부지 상태임을 발견한다. 아직도 예수님을 내 안에 담고 깨달아야할 때가 언제인지 모른다. 철부지 자식들이 엄마에 대해 너무 늦게 깨닫는 것처럼 우리 신앙인들도 예수님에 대해서 마찬가지이다.
  자, 부활이다. 철부지가 부모님의 사랑을 진정으로 깨닫듯이, 하느님의 지고한 사랑을 진정으로 깨닫는 날, 나는 다시 새롭게 부활할 것이다.
            *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