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숲 가꾸기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205 | 작성일 : 2005년 4월 1일

보기 싫은 대머리에 가발을 쓰면 청춘인 듯 좋게 보이고, 굵게 패인 주름살에 화장을 하면 회춘한 듯 생동감을 주어서 좋다. 봄날, 내장재를 밝게 고르고 커튼을 새로 달고 화초가 담긴 화분들로 집안을 장식하면 주변의 것들도 더불어 생명력이 살아나서 좋다. 산책을 하며 문득 산에 무성한 나무들을 보면 융성한 머리카락을 보는 듯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무가 다 잘려나간 민둥산의 삭막함과 대조가 되기 때문이다.
  학교는 3년째 학교 숲 가꾸기 작업으로 나무들을 심고 있다.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은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에 금년엔 나무들이 쭉쭉 자라도록 학생들이 거름도 듬뿍 주었다. 나들이 중에 밤나무 밭에 듬성듬성 놓인 비료부대를 발견하고는 누군가가 물었다. “저것은 무엇인가요? 밤나무에 줄 거름이 아닙니까! 산에 심어진 밤나무도 비료를 주나요, 물론입니다. 저 나무들도 영양이 공급되어야 건강한 열매를 맺지요, 아 그렇군요. 산에 있는 나무는 거름을 주지 않아도 척박한 땅에서도 저절로 잘 자라고 견실한 열매를 맺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사람이 건강을 위해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듯 식물들도 마찬가지지요. 생명이 어찌 저절로 되는 것이 있습니까? 생명은 공을 들인 만큼 풍요로워집니다.”
  학교는 금년에 예년보다 더 많은 나무들을 심었다. 인공적이어서 삭막한 마당에 보도블록 대신 흙더미로 드문드문 동산을 만들고 소나무와 장식할 나무들을 새새에 심었다. 큰 동산, 작은 동산에 걸맞게 조화를 이루며 여러 그루의 소나무, 주목, 녹각나무, 연산홍, 철쭉, 꽃 사과, 오엽송, 회양목 등등이 자라도록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달려들어 합세하였다. 나무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는 양이 차지 않았는지, 아니면 어설펐는지 핀잔을 한다. 하지만 어설퍼도 열심히들 거름도 주고 나무도 심었다. 공들인 노력으로 동산은 푸르른 나무들로 가득 찼고 좋은 내장재를 사용한 고급 주택처럼 학교가 한층 돋보이며 친근감이 살아났다. 금년엔 졸업생들을 위한 동산도 따로 만들어 주었는데, 얼마 전 졸업한 학생이 찾아와서는 “우리를 위한 동상을 만들었는데 어디에 있나요?”라고 물었다. “동상이라니 하며 동산이겠지.”하며 잘 가꾸어진 나무동산을 보여 주었다. 그 졸업생 曰, “와, 학교가 날로 좋아집니다.”하며 매우 기뻐하는 기색을 하였다. 7주년 개교기념행사는 “좋은 학교, 아름다운 양업”을 이루는 학교 숲 가꾸기에 모두들 힘을 모았다. 우리 학생들은 변화되는 교정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기에 걸맞는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 가꾸기 작업’을 통해 든든한 밑그림을 그려갈 것이다. 자기에게 거름주기를 게을리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생명의 관리자로서 마음이 불편하고, 관심과 사랑을 좀더 부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오랫동안 밑그림을 그리고 만들어간 학교 숲이 아름다워 보인다.  이런 작업을 통하여 학생들의 마음도 다듬고 가꾸는 작업을 곁들였으면 좋겠다. 하루의 그림, 한 달의 그림, 1년의 그림을 성실히 그려가다 보면 지금보다 더욱 아름다운 그림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