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생명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2,831 | 작성일 : 2005년 10월 21일

해맑은 어린 아이, 하늘 닮고 싶다
고상한 어르신 , 들녘 닮고 싶다
가을 찬 공기에 나무들이 옷을 벗고, 머리카락 듬성듬성 얼마 남지 않았다
찬 공기에 산자락 정신이 들고 나도 덩달아 정신이 든다
어느새 내 마음은 하늘 들녘을 닮아있다
 
한적한 오솔길, 애잔한 구절초 무더기로 피어나더니
강바람에 너울대는 갈댓잎 사각 소리에 스러지고
아쉬움 사이로 하얀 뭉게구름 한 폭 그림 돋보인다 
청정한 가을 강 하구에 철새들 온다는데 
조류독감 기침소리 날까 철새 불청객 벌써 조심스럽다

추석 보름달, 또 다른 보름달 떠올랐다
엊그제 알밤 줍느라 그렇게 눈독을 들이다가 
다람쥐 청설모 겨울먹이 깊숙이 감추었나 보이지 않고
참새, 산비둘기, 오소리 숲 속에 분주하다
겨울옷 꺼내 입으려 두꺼비, 도롱뇽, 개구리, 뱀 사라지고
잘 살았다 일 년을 접나 보다

재래시장 할머니,
작은 그릇마다 소북이 가을 담아놓고 지쳤는지 잠들었다
손님 풍성한 가을 바라보다 곤한 잠 깨운다
떨이하고 집에 가야지 사가지고 가, 잠꼬대하듯 부스스 할머니 되살아난다
그릇 풍성함 자연처럼 족하지 않지만
미안한 듯 눈 돌리며 좋은 마음 하느님 축복을 빈다
 
얘들아, 가을을 봐라
아름다운 몸짓이 보이지 않니
자기를 비우고 또 다시 봄을 살려는 의지 말이야
된서리, 눈바람 또 얻어맞아야 생명이 된다는 것을
제멋대로 한길 자랐다 자랑만 말고
중심 잡힌 마음 보듬어 보려무나.

텅 빈 하늘, 텅 빈 들녘
그리고 할머니의 작은 그릇 속,
텅 빈 내 마음 가을 담으면
우리 언젠가 신나는 생명 가을 노래하겠지
언 훗날 아름다운 가을처럼 너희도 풍성하리라
가을 생명, 내 생명 되고, 내 생명 또 다른 생명으로 되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