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들 잘 있어?"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2,932 | 작성일 : 2007년 1월 12일

<P><FONT face=돋움체 size=2>가끔은 시골처럼 정감 넘치고 활력 있는 본당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힘이 부치고 영적으로 메마를 때다. 낙천적 성격으로 버텼지만 대안학교 설립 이후 5년간 내 얼굴은 숯처럼 캄캄했다. 새벽을 열기가 무섭게 난파선처럼 나와 청소년들 문제가 얽혔다. <BR><BR> 본당 신부님들이 그런 내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들려준 인사말이 있다. "문제아들 잘 있어?" 되지도 않을 일 한답시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나보다. 그런데 내게 그런 인사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꽤나 불편해졌다. 그래서 나도 그분들에게 들려줄 인사말을 찾아냈다. "문제 신자들(쉬는교우) 잘 있어?" 그런 인사말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 각자 분야에서 인간관계 회복을 위한 대안이 무엇이냐?는 성숙한 인사말을 하자는 뜻이다.<BR><BR>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어른의 옷으로 갈아입고는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하며 어른들의 잣대를 높이 들고 폭력으로 그들을 힘껏 내리쳤다. 그런 결과들로 그들의 마음은 악성종양에 문둥병, 중풍병자처럼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에 대한 그 잘난 어른들의 책임과 역할은 사라졌고, 그로 인한 관계 단절은 철없이 나대는 학생들을 사회에 방치시켰다. 그 뒤 나는 학생들 대변자로 바뀌었다. 이는 학교에서의 소중한 체험의 결과다. <BR><BR> 성장 과정에서 청소년들 문제는 성장통처럼 꼭 거쳐야할 일인데 왜 문제로만 보고 있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을 통해 난 잊었던 내 청소년 시절을 생각해냈다. 나 자신도 예외없이 미성숙한 철부지였고, 단편적 사고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살았다는 기억과 함께 그들에 대한 이해심이 생겨났다. <BR><BR> 우리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걸까? 부부학도, 자녀교육론도 배우지 못한 부족함에 훌쩍 어른이 돼있고 그들 문제를 해결해 줄 설득력을 갖고 있지도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강요와 비난을 일삼으며 얼마나 닦달했는지. <BR><BR> 아이들은 말한다. "요즘 어른들은 로또 복권 당첨되면 신세를 고친다는데, 저희는 부모님 잘 만나는 것이 로또 복권 당첨되는 것이지요." 이제 난 학생들의 문제를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들과 직면해 어떤 역할로 그들을 살릴 것인가 고민한다.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젊은이들이여 다 나에게로 오너라." 이제는 옛 고향처럼 포근함을 간직한 본당보다는 학교가 천당처럼 더 좋다.</FONT><BR></P>
<P><FONT face=돋움체 size=2>평화신문 &lt;사목일기&gt;&nbsp;2007년 1월 1일&nbsp;게재 된 글입니다.</FON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