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물 주기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012 | 작성일 : 2007년 1월 12일

<P><FONT face=돋움체 size=2>화분을 잘 관리해 삭막한 주거공간을 싱싱하게 가꾸는 가정을 볼 때가 가끔 있다. 콘크리트 건물에서 자라는 크고 작은 나무들, 실내를 장식하며 생명력 넘치게 자라는 화초들 덕에 우리들은 풍요로움을 느낀다.<BR><BR> 헌데 그런 고마움을 주는 생명을 관심 있게 돌봐주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우리 양업학교 건물에 놓여져 자라는 화분에 학생들은 전혀 무관한 것처럼 지낼 뿐, 1년 내내 누구 하나 자발적으로 물 한번을 주는 학생이 드물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책임을 맡은 사람 이외에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들은 그런 생명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기 십상이다.<BR><BR> 한 엄마의 얘기가 생각난다. 어느 여름날, 엄마는 딸에게 집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라는 부탁을 하고는 집을 나섰다. 엄마는 딸이 모르게 두 개 화분에는 생화 같은 조화를 심어 놓았고, 나머지 두 개 화분에는 생화를 심었다. 엄마는 딸에게 물주는 방법을 정성껏 가르쳤지만 딸아이는 갑자기 책임진 일이어서 어떤 날은 화분이 넘쳐나도록 물을 주고, 어떤 날은 깜박 잊고 물을 주지 못했다. <BR><BR> 오랜만에 엄마가 집에 돌아 왔을 때, 두 화분에 심은 생화는 죽음을 맞고 있었다. 엄마는 딸아이를 불러 세워 "화초가 말라 죽었구나!"하자, 딸아이는 화초가 죽었다는 걸 그제야 알고는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아, 글쎄요. 화분에 똑같이 물을 줬는데, 이 둘만이 이상하게 죽어버렸어요. 생생한 화초를 가리키며 이 둘은 여전히 생생한데 말입니다. 왜 이것만 죽었지요? 뭐가 잘못된 것인가요?"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딸아이에게 "얘야! 저 싱싱한 두개의 화초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조화란다. 너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니?" 딸은 화분에 물을 줘야한다는 의무감만 있었지 생명에 대한 책임자로서 소명의식은 없었던 것이다.<BR><BR> 우리는 일상에서 각자 생명과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많은 경우 책임에 대한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의무감만으로 그 대상을 의례적으로 만나고 지나친다. 우리도 그 딸아이처럼 맡겨진 화초들과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일상의 반복처럼 생명을 대하다 망쳐버리는 것을 본다. 외형은 조화처럼 멀쩡히 살아있는 듯 싱싱해 보이지만 정작 생명은 책임자의 역할 수행 부족으로 골탕을 먹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BR><BR> 지금 세상은 모두가 아우성이다. "나를 사랑해주오." 많은 이들은 생명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목마름을 호소하지만 안타깝게도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올바로 하지 않아 그들의 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우리 신앙인들만이라도 참 생명 원리 성체성사의 신비를 통해 생명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때다.<BR></FONT></P>
<P><FONT face=돋움체 size=2>평화신문 &lt;사목일기&gt; 2007년 1월 7일에 게재 된&nbsp;글입니다.</P></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