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집 자녀들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047 | 작성일 : 2007년 1월 12일

<P><FONT face=돋움체 size=2>'수(秀)는 빼어나다, 우(優)는 우수하다, 미(美)는 보기 좋다, 양(良)은 양호하다, 가(可)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학생에게 주는 성적은 모든 교육대상을 가능태로 보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성적이 빼어난 수만 가능태로 보고, 양가(良可)집 자녀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BR><BR> 또 학생 인성과 잠재적 소질, 적성을 소홀이 한 채 지식교과목만 챙긴다. 성적 탓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울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특히 양가집 자녀들은 어딜 가나 천덕꾸러기다. 설, 추석 때 일가친척이 모이면 부모들은 자녀 자랑을 도마에 올려놓는데, 양가집 부모들은 울상이다. 이런 부모들은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뭐가 모자라서 공부를 못하니, 하며 비난을 쏟아내기 일쑤다.<BR><BR> 요즘 우리 학교는 수재들이 몰려온다. 꼴지 천재부터 일등 수재들까지 밀려온다. 이러한 우리 학교에 서울의 한 장학관은 "대안학교는 인성교육만 시킨다고 들었는데 지식교과수업은 왜 시키며, 대학 진학은 왜 시키나요? 거긴 문제아들이 가는 학교가 아닌가요?"하고 묻는다. 이는 학생을 성적으로 구분하고 꼴지를 가능태로 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교육현장의 슬픈 단면이다. 학생을 이런 식으로 나누는 시각을 지닌 관리가 어떻게 학생을 교육하는지, 심히 유감이다.<BR><BR>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가 튼튼해야 가시적 주상복합건물은 뻑적지근하게 위용을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인간을 기르기 위해 인성교육은 꼭 필요한 저변이고 기초다. 인간 교육에 인성교육 따로, 지식교육 따로 구분짓는 관리가 없어야겠다. 이런 어른들이 가능태 학생들을 교육에서 소외시킨다. <BR><BR> 무한 가능태를 지닌 학생들을 지금 당장 어렵다해도 문제아라고 단정지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들은 미성숙한 철부지들이고 성장과 성숙을 거듭하는 것이 특징이기에, 성숙한 어른들이 그들을 도맡아 교육하는 것이다. 누구나 힘든 공부보다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한다. 특히 양가집 도련님과 규수들은 책 대신 담배, 술을 더 좋아한다. 그 모습이 싫고 다루기 힘들다고 괄시만 할 게 아니다. 그들이 지금 공부를 게을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대안으로 그들 문제를 풀어 줄 것인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BR><BR> 성적 구분 없이 다양한 학생들이 대안학교로 몰려오는 이유는 모든 학생들을 가능태로 보고 기초를 착실히 쌓아올려 장차 드러날 주상복합건물의 저변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양가집 도련님과 규수들이라도 모든 면에서 빼어날 수를 받고 모든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온통 축제 분위기다. 난 우리나라 학교가 늘 이런 축제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교육현장이기를 소망한다.</FONT><BR></P>
<P><FONT face=돋움체 size=2>평화신문 &lt;사목일기&gt; 2007년 1월 14일 게재 된 글입니다.</FON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