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는 세상이 되려면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476 | 작성일 : 2007년 8월 8일

휴가철 성수기에 뜻밖의 횡재라도 하듯 유명한 빌리지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가까이에 풀장이며,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대, 지평선 멀리까지 넓게 드리워진 푸른 잔디밭이며, 오염되지 않은 밤공기와 수목들이 서로 어우러져 생명을 이루는 사랑이 넘쳐나는 곳, 그 사이로 야외식당이 차려지고 있었다. 건물 내 식당을 여름동안 야외로 옮겨 놓았다고 한 이 곳에서는, 한낮부터 의자와 식탁을 배열하고 손님맞이 준비를 했고, ‘흑돼지구이, 청정한우 소갈비’라고 쓰인 현수막도 내걸어 손님을 유혹하듯 펄럭이고 있었다. 손님맞이 준비가 완료되고 조명등이 하나 둘 밝혀지자 손님들이 하나 둘 무리지어 식당으로 모여 들었다.
 야외 객석은 금방 만원이 되었고 피어오르는 식탁 연기가 한창이었다. 식당 식구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우리 일행은 늦게 나타난 탓에 빈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자리를 잡았을 때는 태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식탁 주변이 어수선했고 직원들은 뒷정리에 정신이 없을 때였다. 그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처럼 지쳐 있었고 음식을 날라다 주는 신선감도 느슨해졌다. 우리가 주문한 것도 잊었는지 완벽한 식탁 마련을 해주지 못했다. 꼭 있어야할 야채며 양념도 빠져 있었다. 우리들 식탁의 부실함을 언니에게 여러 번 부탁했지만 딴청을 부리는 듯했다. 이를 알아차린 주방장이 높은 고깔 모자를 쓰고 직접 나타나 돼지고기며 소고기를 석쇠에 올려주며 우리 식사를 거들었다. “이 고기감은 아주 맛 좋은 부위입니다.” 라며 고기를 이리 뒤적 저리 뒤적하면서 식탁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젓가락에 잡힌 잘 익은 고기 맛은 일품이었다. 우리 식단을 살펴 본 주방장은 식탁에서 빠져버린 야채며 양념을 뒤늦게 직접 챙겨 주기까지 했다.  식사를 다 마칠 때쯤 가져다 준 것이지만은 주방장의 배려가 우리의 불만을 삭혀주었다.
  나는 주방 언니에게, “언니, 저 분이 주방장 맞지요?” “네.” “큰 고깔 모자를 쓴 분이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주방장은 맛 좋은 요리를 준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손님을 꼼꼼히 챙겨주는 일 또한 저 분의 역할이고 책임이지요. 의무적으로 행하는 언니들과는 태도가 너무나 다릅니다.” 라고 말해 주었다. 멀리서 언니와 내가 자기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지 주방장은 언니를 불러 세웠다. “저 손님이 뭐라고 하던가? ” “아 네, 주방장님 멋지대요. 음식 장만도, 손님 돌봄도 모두 만점이래요.”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고 했던가? 주방장이 나의 칭찬에 춤을 추었다. 주방장이 다시 식탁에 나타나서는 나에게 크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오시면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아름다운 곳, 야외식당에서의 식사가 주방장의 배려 덕분에 잊지 못할 맛있는 식사가 되었고, 이는 맛 나는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생명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