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존중과 자기사랑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845 | 작성일 : 2007년 10월 20일

연중 제29주일(07.10.21)                  제484호

             자기 존중과 자기 사랑

 금년에도 전국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학교로 찾아왔다. 많은 학생들의 지원은 큰 축복이고 은혜이다. 정원미달로 고민하는 학교도 많은데, 정원의 5배수에 가까운 학생들 속에서 가르칠 학생을 스스로 뽑는 것은 학교로써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 속엔 고민도 있다. 적은 수의 입학정원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탈락되기에 마음이 무겁다. 공정한 선발을 위해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느라 교사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입학서류와 MMPI(성격다면화 검사)자료를 토대로 서류전형을 거쳐 2배수를 뽑은 후,4차 면접을 통하여 최종합격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서류전형 중 학생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관심을 끈다. 충실하게 작성된 것과 성의 없이 작성된 두 부류를 만난다. 성의가 부족한 서류를 볼 때면, 부모는 자녀교육에 관심도 부족하고, 학생은 학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지원했음을 알 수 있다. 학생이 인문고는 실력이 안 되고, 실업고는 가기 싫고, 어쩔 수 없이 대안학교를 자기 대피소정도로 여겨 지원했음이 엿보인다.
 이와 반면에 아주 진지하게 작성된 서류를 보면, 학생 자신의 성장배경이며, 왜 이 학교에 왔는지에 관해 꼼꼼히 챙긴 지원 목적의 명료함이며, 부모의 교육관도 뚜렷하여 소개서를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갖게 한다.
 지원자의 준비된 서류가 왜 이리 거칠까? 그런 학생의 마음속엔 자기 소개서를 쓰고 싶은 자기 존중과 자기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성 부모의 영향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지냈으리라는 추측이다. “너는 그것도 못하니”, “죽었다 깨나도 너는 안돼!”, “너는 하는 것마다 그 모양이니 재수가 없지”, “너 같은 걸 낳고 멱국을 먹었구나, 한심하다 한심해!” 결국 이러한 부모의 조급함에서 비롯된 부정적 비난은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자신감을 잃게 하였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선발하면 대안학교를 대피소 정도로 여겨 목적 없이 지내대가 지지부진한 3년으로 일관할 것이다.
 당당하게 자기 소개서를 작성한 학생을 보면서 그 부모를 본다. 그 부모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답답해 하는 자녀에게 격려하는 투로 말한다. “너는 할 수 있어”, “네가 당당히 해결해,”, “네가 알아서 극복해” 라는 말을 자주 들려준다. 일상생활에서 보여준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자녀들 마음 안에 자라나 자기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 학생들이 작성한 몇 페이지 분량의 자기 소개서를 볼 때면 몇 번이고 읽고 싶고, 그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