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반발하는 성격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138 | 작성일 : 2008년 1월 29일

                서로 반발하는 성격들

  얼마 전 한 공동체 모임에서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행하게도 나 혼자만 성격이 ‘협조적인 형’이었고 모두 다 ‘조직자 형’이었다. 리더가 대화의 시간을 절약하자며 준비된 요약지를 내 놓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 태도가 대단히 간단명료한 멋쟁이 리더라는 인상을 주었고, 이와 더불어 이야기 할 부담감도 말끔히 사라져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금방 본색이 드러나고 있었다. “여러분! 요약지를 보시길 바랍니다.” 라는 말과 함께 꼼꼼하고 장황하게, 그리고 딱딱하고도 절도 있게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기 방식대로 설명해갔더라면 내 마음부담은 훨씬 가벼웠을 것이다. 그 설명을 듣고 있으려니 머리가 지근거리고 숨이 막히면서 짜증이 났다. 그래도 나는 긍정적인 협조자형이라서 내 나름대로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하리라 마음정리를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협조자형인 내가 조직자형 틈바구니에서 힘들어해야 하는 건데, 같은 유형끼리 더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언의 대화로 리더에게 항변하는 듯 간단명료하게 끝내자며 아우성치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이들 부부들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 건지가 궁금해졌다. 다행히도 사람의 성격도 같은 극끼리는 만나면 반발한다는 원리를 일찍 깨달았는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이들 부부들은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하며 양보하고 있음을 보았다. 조직자형이 오히려 협조자 형에게 비위를 잘 맞춰가며 지내고 있었다. 조직자 형인 남편이 식사 후 밥그릇을 수북이 싸놓고, 세탁물을 흉물스럽게 방바닥에 널려놓고, 머리카락과 먼지가 뒤엉켜 정리가 안 된 방구석을 만든 협조자 형의 아내를 바라보는 것은 정말 참지 못할 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조직자형인 남편은 협조자 형의 아내의 모습에 인내하고 양보하는 모습이었다. 싸워보았자 조직자형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 협조자 형의 성격인지라 생활이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같은 유형의 성격들이 그룹지어 살면서도 아무 탈 없이 살아간다. 그 그룹 속에는 언제나 조직자형 친구들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공동체는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성격을 십인십색으로 쓸모 있게 만드셨다. 다양한 성격이 있어 공동체는 활력과 조화를 이룬다. 우리 학생들이 각자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한 방에서 10여명이 뒹굴며 사는 것은, 여러 성격이 그들 안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조율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