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축일에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949 | 작성일 : 2008년 7월 16일


                                은경축일에

 매년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첨례 날엔 언제나 비가 내렸다.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날도 장맛비가 왼 종일 내리고 있었다. ‘내일 25주년 은경축 행사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마치 초등학교 시절에 즐거워야할 소풍날을 기다리다 오락가락 하던 비 소식에 마음조리며 애를 태웠던 기억처럼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이내 주님께서 좋은 날씨를 마련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바뀌자 한결 가벼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스럽게 굵은 비가 안개비로 바뀌고 있었다. 일기예보는 서해안부터 서서히 갠다는 소식이었다. 정오가 되자 완전히 비는 멎었다. 내 마음도 확연하게 쾌청해짐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느님께 감사!!
 잔뜩 움츠러진 마음이 맑게 갠 날씨로 풀려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실내에서 실외로 물건들을 하나 둘 옮기기 시작했고, 잔디밭에는 어느새 야외제대가 차려졌다. 여기저기서 날라 온 화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금요일 저녁에 떠난 학생들도 학교는 북적이기 시작했다. 학부형들은 미비 된 식장준비며, 손님맞이 음식 장만으로 손놀림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어른분의 초대장은 꼭 챙겨야한다면서도 주교님께 초대장을 드리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공경하올 주교님께서 은경축 미사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고, 많은 신부님들로 가득 찼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잔치 집에 손님이 없으면 썰렁할 텐데, 방금 전까지의 그런 생각도 기우였다. 참 많은 수도자들, 그동안 지냈던 신자 분들, 특별히 서울과 청주의 ME부부들, 음성, 충주의 본당 신부 시절의 신자 분들로 넘쳐나 성대하게 엄숙하게 은경축 미사를 드렸다. 비를 멎게 해 주시고 폭양과 폭염을 구름으로 가려주고, 산골자기 시원한 바람과 환상적인 날씨 속에, 축하 손님들을 파란 잔디밭 위에 앉게 하시니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하며 은경축 감사미사를 드릴 수가 있었다. 하느님께 감사!!
 손님들에게 나누어 줄 은경축 선물로 『너 맛 좀 볼래』 양업고 이야기 제 2탄을 준비했다. 어느 선물보다 값진 선물이라 여겨졌다. 아이들이 ‘요리서’ 책을 신부님이 펴냈느냐고 농담하며 우리도 한 권씩 달라고  쫓아 다녔다.
  어머니께서 건강 때문에 은경축에 함께 하실까 걱정했는데 미사 내내 자리를 지켜주셨고 친척 친지 분들이 모두 늦은 시간까지 함께하였다. 잔치 상에 마련된 통돼지 바비큐가 일미였고 정원에 차려진 음식들이 저녁시간을 즐겁게 했다. 나는 축하인사로 그 맛 좋은 바비큐 한 첨도 맛은 보지 못하였지만, 그날은 배가 무척 불렀다. 학부모님들의 기도와 사랑, 합해 이루어진 감사로운 축제였다. “하느님을 향하여 살며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살기로 다짐해 본다.”(로마 15.17)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더 잘 살 수 있도록 기도를 청하고 싶다. 하느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