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들의 이임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660 | 작성일 : 2008년 8월 25일

                                수녀님들의 이임

 석별은 어떤 경우든 섭섭하기가 인지상정인가보다. 재임동안 보여준 마음씨에 섭섭함이 비례하는 것 같다. 두 분 수녀님은 2년 반(조혜영, 마리아 혜영, 인성교과인 가족관계 담당), 그리고 1년 반(마리아 혜진, 심리학과 도서실 담당) 긴 시간은 아니지만 잘 살고 떠났다.(08.08,07) 학교가 더 근무하도록 수녀님들에게 떼를 쓴다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수녀님들은 입회한지 10년이 지나고, 종신서원(09.02.02)을 하러 학교를 떠나기 때문이다. 학교의 왕 수녀님은 두 분 수녀님의 석별이 아쉬웠던지 수녀님들의 모습을 영상물로 담아 학교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 동영상 속에 담겨진 수녀님들의 환한 얼굴을 파노라마로 보게 된 것이다. 많은 분량의 수녀님들 사진 속에는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이 보였는데 공동체로는 학생들에게 좋은 모범을, 그리고 개인으로는 자신의 편안함과 순수함으로 더 예뻐 보였다. 수녀님들이 보여주고 떠난 모습이 학교는 물론 나로서도 고맙고 감사하다.
 수도자들이 소임을 받게 되면 임지로 떠난다. 그 바탕은 하느님의 뜻과 성모마리아의 모범을 닮아 정결과 순명과 청빈을 살며, 그 서원을 바탕으로 공동체와 더불어 수도자로 살아가며 성숙해간다. 하느님의 마음을 닮은 마음 넓은 수도자를 꿈꾸며 믿음으로 살아 온 결과물들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수도자들은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의 대상이 된다. 수도자들이 이웃들에게 좋은 관계로 살아감은 자신에게 성숙을, 타인에게는 신앙의 본보기가 되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어쨌든 수도자들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 안에 하늘나라를 이룩해 간다. 삶의 과정에서 하늘나라를 이루어가는 성숙한 수도자들을 볼 때면 기쁨이며  성사적 표지가 되는 것이다.
 이임하는 두 수녀님은 소임을 잘 수행했던 수도자들로 내 기억에 남는다. 조석으로 매 기도에 충실하며 자기 역할과 책임에 충실했다. 남의 일에 관해서 시시비비는 그들의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침묵하며 지냈기에 언제나 남에 관해서 부정적인 말을 듣지 못했다.. 아침조회가 끝나면 자기 자리에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자기소임을 충실히 했다. 하루 종일 귀찮게 드나들며 응석을 부리던 학생들이지만 늘 그들을 사랑으로 대해 주었다. 수녀님들은 교사들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였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불평 없이 혼자 2인분의 일을 거뜬히 하고는 피곤한 기색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일년 열두 달, 수도자들은 늘 빈 털털이지만 늘 부자로 살았으며 이는 하느님께 봉헌한 축복 때문이라 여겨진다.    학생들과 교직원들과 공동체 수도가족이 함께하면서 왜, 성낼 일이 없었겠는가? 그럴 때라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살아온 과정이 건강한 수도자들이다. 수녀님들과의 석별이 아쉬워 선생님들이 자주 석별의 자리를 마련했던 것을 보면, 수녀님들의 일상의 삶을 어느 정도 보게 된다. 잘 살고 행복한 모습으로 떠난 조혜영, 허혜진 수녀님에게 교직원을 대표해서 감사를 전한다. 교직원들과 학생들 마음속에 훌륭한 수도자로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학부모님과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 모두 수녀님들의 종신서원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부탁한다.  이들 수녀님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전하며 늘 하느님과 함께 행복한 마음을 하고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길 바라며 종신서원을 위해 기도하겠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