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신부들과의 나들이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619 | 작성일 : 2008년 8월 23일

  아들 신부들과의 나들이

 “신부님! 여행에 대한 모든 일정과 준비가 끝났으니 시간만 내 주시면 됩니다.” 아들 신부의 주문에 무조건 “좋지!” 하며 응답했었다. 사제수품 25주년 은경을 맞고는 아들 신부들이 본 날(사제서품일, 1월26일)에 몰려와서는 축하를 해주었는데, 은경축 날(6월29일) 바쁜 주일인데도 미사에 함께 해 주었었다. 그런데 아직도 아들신부들의 축하가 남아 있었다. 축하의 내용인 즉, 아들 신부들이 패키지 상품으로 8월4일부터 8일까지 4박5일의 일정으로 중국여행을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그들이 신학교 시절,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제법 있었는데 사제수품 이후에 나도 아들 신부들도 이런 여유로움을 만난 적이 없었다. 임지에서 열심히 살아가느라 이런 여유는 서로가 생각해보지도 못했었다. 은경을 맞고 나서야 이런 시간의 여유도 맞이하는가 보다. 하느님 안에서 맺어진 서로의 관계 속에 맞이하는 이런 일들을 보며 감사드린다. 이것은 분명 축복이고 은혜이다. 여행 목적지는 중국 후난 성의 중심 도시 장사, 거기에서 버스로 5시간 거리에 위치한 張家界였다. 산수화를 보는듯한 아름다움, 기암괴석과 절벽, 대규모의 분재를 보는데, 그 경치가 웅장하기로는 장가계, 원가계, 황석채 순이었다. 웅장한 장가계에서 아기자기한 황석채로 옮겨가면서 기암괴석의 웅장함에 드러난 아름다운 산수화의 장관은 창조의 경이로움으로 느껴져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타계하신 성철스님의 법어가 생각나고 자연의 아름다움은 동양철학의 진수답게 그 자체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을 마음껏 찬미하면 되는 것이다. 복잡하게 바라보는 대상의 사물을 놓고 이를 분석하고 관찰하며 실험을 통해 깊숙이 파고들어 서야 증명해 보이고, 그제야 지식으로 인정하는 서양철학의 사고가 좀 불쌍하게 보였다. 여행 동안 대상을 놓고 ‘이것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 앞에 깊이있게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이것은 있는 것, 그 자체다.’ 라고 바라보면 스트레스나 답답함이 속 시원하게 해소가 되는 것이다. 장가계의 7.5키로의 길게 늘어진 외줄을 타고 움직이는 케이블카는 장가계의 천문산에 심취하도록 관광객들을 흥분시켰다. 케이블카 밖으로 안전에 전개되는 기암괴석들, 사이사이 피어난 나무들, 신비로움에 2박3일 내내 감탄사가 멈추질 않았다. 아들신부님들이 마련한 선물, 장엄하고 아름다운 동양화의 절경을 보고는 쌓였던 스트레스 다 날려버렸고, 25년의 사제수품 후 살아오며 생겨난 얼룩진 마음들을 깨끗이 정화하고 내 자신 안에 새롭게 피어난 내 모습이 큰 아름다움으로 채색되어 돌아와  기쁨이 되었다. 내가 아름다운 산을 보듯 남이 나를 볼 때도 그렇게 아름답다고 이야기 할 수 있길 바래본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사제들 되는 것, 이것이 아들 신부들이 마련한 선물의 보답이 아닐까. (참고 : 신학생을, 수도자를 추천한 신부를 아버지 신부라고 부르는데, 나에게는 7명의 아들 신부와 7명의 딸 수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