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좋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781 | 작성일 : 2008년 9월 12일

                                  수학이 좋다

 “가장 명쾌한 명제의 지식은 수학의 답입니다. 문제를 풀다보면 정확한 답이 딱 하나가 나옵니다. 얼마나 통쾌한지 마치 미로를 지나다가 광명을 만난 듯 갑자기 마음도 환해집니다. 틀린 답이 나올 때는 역으로 추적하다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공부를 포기했던 저는 부모님에게 과외로 수학 선생님 한 분만 붙여달라고 했습니다.”
 미분 적분까지는 어렵지만 수학을 제법 잘 푸는 동재는 항공사의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하늘을 날며 지구와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 꿈이란다.
  “중학교 내내 공부 한 자 안하고 돌아다녔습니다. 오토바이를 훔쳐 타기도 하고 중학교 3학년 2학기 시절도 문제를 일으켜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양업에 와서 1년을 실컷 놀고 지냈습니다. 이렇게 놀고 지낸 것은 저에게 지나온 시간으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오랫동안 기분 좋게 놀았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2학년이 되자 잠을 자려고 드러눕기만 하면 천장이 빙빙 돌기만 하고…. 아마 제 마음이 그랬나 봅니다. 자꾸 미래가 걱정이 되는 겁니다.
 부모님에게 중학교 내내 참 많이 혼났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에야 비로소 저는 부모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면서 놀랐습니다. 머리가 희게 변한 부모님을 보게 된 것이지요. ‘나 때문에 저런 모습으로 변하셨구나.’ 생각하니 제 마음에 정신이 들었습니다.”
 동재와 함께 걸었던 산책길에는 코스모스도 피어나고 알밤도 영글어가고 벼들이 제법 고개를 숙이고 풍성한 가을이었다. 그리고 풍성한 가을만큼이나 성숙해가는 동재의 마음도 본다. 이 보다 즐거운 일이 또 있겠는가. “이 학교가 그렇게 좋으니?” “네.” “뭐가 그렇게 좋은 거지?”하고 묻자, “부모님도 많이 변하셨어요. 저의 눈높이에서 저를 이해한다고 할까요. 뭐든지 저를 신뢰하고 기다려주십니다. 그리고 저도 변했으니까요. 자발성을 지니게 된 것이지요. 제가 지금 원하는 대학을 실패한다하더라도 저는 끝까지 도전할 것입니다. 혹 재수로 몇 년을 보낸다고 해도 제 미래의 꿈은 실현되어야 하니까요.”
 멍하니 성적만 손에 들고 어느 대학갈 지를 고민하는 일반 학생보다 우리 동재가 더욱 훌륭해 보였다. 명쾌한 답이 나오는 수학이 좋다는 동재는, 삶의 목표 또한 명쾌하게 잡고 한 걸음씩 걷고 있는 것이다. 그 목표가 당장 이루어지지 않아도 끝까지 도전하는 그의 모습이 한층 성숙해 보여 대견해 보인다. 졸업앨범을 준비하는 동재의 마음에는 벌써 아쉬운 작별이 숨어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