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도우미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944 | 작성일 : 2008년 11월 14일

                            유치원 도우미들

 유치원생들이 에버랜드로 소풍을 가던 날, 우리 학생들이 일일봉사 도우미를 하게 되었다. 에버랜드에 도착하자 유치원 원장 수녀님은 한 학생에게 3명의 학생들을 배정하였고, 도우미들은 원아들의 손을 잡고 즐거운 소풍 길을 떠났다. 도우미들은 원아들을 돌본다는 것이 식은 죽 먹기 정도로 여겼던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자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도우미들은 원아들의 손을 잡고 이곳저곳 살피는데, “여기 가요, 저기 가요, 다리 아파요. 화장실 가고 싶어요, 이거 먹고 싶어요, 저거 먹고 싶어요.” 등의 원아들의 요구는 다양했고, 이에 도우미는 지쳐있었다. 도우미가 한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에 한 원아를 놓쳐버려 무리 속에서 한참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눈가가 퉁퉁 부어 오른 원아를 찾아내고는 야단치다가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도우미들의 일성은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말이었다. “우리 부모님들도 철부지 우리를 보며 항상 파김치가 되어 있겠지요. 부모님이 불쌍하다며 이제부터라도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하겠어요.” 하며 제법 철든 소리를 했다.
 고1 학생들을 보면 왜 그리 철딱서니가 없는지. 네 발이 아니고 두 발이라서 느리기는 하지만 눈을 피하는 것은 네 발 못지 않고, 목적이 없이 나대는 모습은 천방지축이고, 일차적 가치에 목을 매고 움직이는 모습이란 가관이다. 아침밥도 거르고 잠만 자는 야행성 철부지들, 시내를 나가다 보면 무단으로 탈출하여 먹으러 가는 철부지들,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도 그랬었지.’ 하며 때론 이해가 가면서도 어른이라서 야단치면, “왜!”라고 따지는 철부지들이다.
 1학년 여학생들은 좁아터진 마음들로 서로를 미워하고 질투하는 모습들 안에 철부지들을 본다. 남학생들은 담배를 피워 물다 야단맞기도 한다. 언제부터 피워댔는지 골초가 되었는지 못 끊게 되었단다. 철부지들이기에 우리 어른들이 필요한 것이지 하고 또 여유를 부려보면서도 야단을 치면, “왜! 야단쳐요.” 라고 말하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철부지들이다.    그래도 우리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를 고찰해 본다. 그들이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면 성숙해 간다. 전체회의 시간에 학생회장은 선배들에게 수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 말씀해달라는 주문을 했고, 이에 3학년 한 학생은, “제가 아무리 말해도 1,2학년이 알아듣지 못합니다. 자기가 겪어야지요.” 란다. 명언에 가까운 말이다.
 학생도우미가 유치원생을 몫으로 맡고는 파김치가 되는 것처럼 우리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몫으로 맡고는 파김치가 되어 있다. 빨리 철들라고 해도 자기가 깨닫지 못하면 언제나 철부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철부지가 커서 어른이 되지만 그들의 사고가 어른처럼 성숙되길 바라며 그들의 손을 다시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