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가 지낸 1년의 시간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953 | 작성일 : 2008년 12월 18일

                            트리오가 지낸 1년의 시간

  1학년 중에 부모님과 다른 돌연변이 트리오가 있다. 어찌 이놈들이 그 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선발된 아이들에 속하는지, 선생님들이 ‘면접 때 본 모습과 영 딴판’이라면서 한 마디씩 한다. 이 트리오는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 좋게 말하면 순한 양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기력해서 천방지축 언제나 함께 행동했다. 금연을 한다고는 하나 늘 의지가 따라주질 않았다. 습관성 골초라서 금연교실로, 심하다 싶으면 교내봉사로, 금연이 아닌 딴 일일 때면 벌이 누가되어 사회봉사를 해야 했다. 순한 양들은 그렇게 지내면서도 잘들 버텨 내며 1년을 살았으니 그래도 기특하다.
  트리오 중 첫 번째는, 12월 초에 종교부 주관 행사로 ‘성 니콜라오 축일’ 행사가 있을 때 전교생 앞에서 벌칙 왕이 받는「기특한 상」을 받아 웃음을 자아냈다. 트리오의 두 번째는 여학생으로 오인 받을 만큼 길게 늘어트린 노랑머리였다. 머리 손질이 부족할 땐 영락없이 거지였다. 부스스한 머리에 기운 없는 멍청한 표정이어서 청춘예찬을 할 만한 그 어느 것도 없어 보였다. 트리오의 세 번째는, 1년 내내 혐오스런 피어싱을 턱 위 아랫입술 사이에 장식을 하고 다녀 관심을 끌었다.
  이런 트리오를 학교는 늘 배려했고 격려를 해주었다. 한 해가 다 가고 있는데도 골초인지라 금연마라톤 중이다. 10일째 금연에 성공했다고 학교 보건부에서 전체회의 시간에 그들에게 푸짐한 초콜릿 선물을 주었다. 10일, 또 10일…. 그렇게 트리오는 금연마라톤에 참여하며 금연해 갈 것이다.
  12월이 다해가는 기쁜 성탄절 전후, 교무실 문을 삐죽이 열고 얼굴을 내민 놈들이 트리오였다. 나는 그 순간 눈을 의심했다. 잘 정돈된 까만 머리며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피어싱,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처음에는 입학 문의를 하러 외부에서 찾아 온 학생들인 줄 알았다. 학교가 지시하고 명령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제 모습을 찾고 환한 얼굴로 변신한 것이다. 즉시 나는 트리오를 불러 세웠다. “너희 정말 많이 변했구나.”하며 어깨에 손을 얹고 칭찬을 했는데 겸연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뭐 이런 것 가지고 그러세요.’ 하는 눈치였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고 그들도 춤을 추는 듯 했다.
  간식을 준비하러 학교를 찾은 트리오 중 한 어머니가 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이 많이 변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교감선생님에게 “우리 아들, 많이 변했지요?” 라고 질문을 했는데 답은 “아직은 아니올시다.”였다. 엄마는 매우 실망스런 표정으로 “아직도요?” 하며 실망한 듯 씁쓸한 표정을 짓고 난감해 했다. 나는 모든 부모님에게 말하고 싶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아들 문제만큼은 늘 조급해 하시는데 기다리셔야합니다.”
  이제 3학년 농사가 끝나 간다. ‘성취상’은 모두들 아름답게 변했으니 모든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3학년은 모두 확실한 진로를 따라 원하는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지금쯤 일반학교 학생들 같으면 학교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겠지만 우리 학생은 아직 그런 학생이 한 명도 없다. 오히려 모두들 학교에 남아 양업의 축제, ‘양업제’를 준비하고 있다. 1학년들도 이런 날이 꼭 올 것이다. 1학년의 힘든 1년을 살아 온 트리오를 격려하며 칭찬해주고 싶다. 그 놈들도 머지않아 아름답게 변화되어 부모님에게 청춘예찬을 선물로 드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