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선물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930 | 작성일 : 2009년 4월 3일

 
                              마음의 선물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흡이 잘 맞던 8기 졸업생들,. 내 기억으로는 40명 중 38명이 졸업을 했다. 여학생들의 행복한 분위기며, 남학생들의 결집력, 그렇게 모두들 건강하게 살고 떠났다. 졸업 후에도 끈끈하게 만나는 학부모들과 졸업생, 그들 모임은 한 가족처럼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학교에서 1박2일 동기 모임을 가졌는데, 여전히 행복한 웃음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매년 한 두 명은 아들, 딸 3년간 맡겨놓고 졸업을 할 때, 부모가 졸업식에 참석치도 않고 떠나는 모습을 볼 때면 섭섭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금년에도 부모와 자녀가 졸업식에 나타나지 않았었다. 본인에게 물어 보면 그렇게 떠날 이유라도 있었던 것 일 게다. 그래도 자녀를 맡긴 부모의 도리는 아닌 것 같다. 
  매년 졸업을 하는데 재미나는 것은 그 기수의 분위기다. 학부모의 분위기가 곧 학생들 분위기기 였다. 매년 각기 다른 분위기를 보는 것이 흥미롭다. 8기 졸업식 때는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가 참여를 했다. 그 부모님들은 감사할 줄도, 은혜갚음도 확실했다. 당시 학부모들은 자녀가 1학년일 때 상급생들로부터 폭력을 당해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조율 할 줄도 알았고, 학교 교육철학도 신뢰했다. 이들 학생들이 떠나간 후에 학교는 크게 업(up)이 되었다. 졸업 후에는 이들이 학교를 합동으로 찾아와서는 인사를 했었다. 그들 중 많은 학생들이 “저 장학생 되었어요.” 이구동성으로 자랑을 늘어놓았다. 얼마 전 최진용 학생, 한상오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다며 자랑을 했었다. “노는 것이 지겹다며 지금은 공부만합니다. 공부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철부지 대학생들, 요즘 술 먹고 담배피고, 이성 교제하느라 난리들입니다. 한참 철부지들이지요.”
 3월이 다하는 날 오후, 진용 이는 아버지와 함께 학교를 방문했다. 졸업 후 벌써 몇 번째 방문인지 모른다. 올 때마다 정겹게 인사를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었다. 검게 그을린 아버지, 건축현장에서 일하다가 찾아온 정겨운 옷차림하고 짬을 내서 찾아와서는 인사를 한다. 점심을 함께 했다. 학교 밥이 여전히 맛있다며 한 그릇 뚝딱하고는 후배들과 이야기 나눈다. “학교를 돌아볼게요.” 한참을 살피고 돌아온 진용 이는 “어, 예절실, 열림터 좋아졌네요, 우리가 있을 때의 다목적실이 어학실로 변했네요. 저 공사는 뭐예요?” “응, 새로 증축하는 다목적실이야!” “와, 학교 자꾸 좋아진다.”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진용 이는 머리를 극적이며  “저, 신부님! 후배들을 위하여 이 작은 선물 받아주세요. 제가 장학금(450만원) 받았는데 그 일부입니다.” 그 자리에서 봉투를 개봉하니 일금 일백만원이었다. “신부님! 그동안 살았던 학교를 떠올리면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요. 이다음에 더 큰 선물할게요.” 나는 감사하는 마음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와 아들을 품어 안고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 주었다. 작별의 시간이다. 잠시 아들이 자리에 없을 때, 아버지는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이 든든합니다. 양업, 덕분이지요. 죽어라 공부합니다. 영어원서를 술술 읽습니다.” 아버지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나는 물질의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성숙한 제자,  감사할 줄 아는 성숙한 제자를 만나 너무 기뻤다. 어른도 감사하기 힘든데 내 제자가 감사할 줄 아니 보람을 느낀다. 학생의 미래는 더욱 빛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