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등반 본주조의 변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483 | 작성일 : 2009년 6월 6일

                                산악등반 본부조의 변

 신악등반에서 제일 편한 조는 일반적으로 ‘본부조’이다. 등산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기도는 엄청나게 하는 조이다. 뿔뿔이 흩어진 14개조와 교신하며, “다들 잘 있는가요?” 하며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해가 질 무렵, 지리산 자락에 도착한 각 조가 9부 능선에 위치한 산장 대피소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속속 접수되고 있었다. 본부조도 긴장을 잠시 풀었다. 밤사이에 계속 쏟아 붓는 빗줄기로 계곡물이 굉음을 내고 흐른다. 밤새껏 산자락 나뭇잎들이 괴로운 듯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새 날이 밝았지만 빗줄기가 아직 세차게 내렸다. 본부조가 오늘도 주님의 손길을 바라며 간절히 기도를 했다. 다시 각 조와의 교신이 시작되었다. 각 대피소에서는 오늘 산행을 종료하는 것이 좋겠단다. 본부조가 하산을 명령했다.
 3개조로 편성된 ‘계바닥(계곡 바닥조)조’가 있었다. 바닥조답지 않게 첫 날, 성삼재에서 화개재로, 뱀사골 계곡을 따라 반송까지 전장 16㎞를 걸어 야간산행까지 곁들인 산행을 끝냈다. 각 조도 이만큼 야무진 산행을 하는 조는 없었다. 학생들이 반달곰도, 계곡의 아름다움도 보았다며 피곤도 잊은 듯 싱글벙글이다.
 다음은 ‘벽소령 5개조’ 56명의 이야기다. 음정에서 벽소령 휴게소에 올라 일박을 했다. 밤새껏 비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을 설치다 다음 날 새벽에 같은 길로 하산한 학생들이었다.  비를 맞고 후줄근한 모습은 마치 패잔병처럼 기력을 잃고 맥없이 하산하고 있었다. 하산한 음정지역엔 민박집이 전혀 없다고 연락이 왔다. 이에 본부조는 그들이 머물 숙소(전북 산내면 토비스 콘도)를 마련하느라 갑자기 분주했다. 그 조는 밤새 벽소령 휴게소에서 비바람에 시달렸다는 불평과 푸념이었다.
 또 다음 조를 향했는데 ‘중산리조’였다. 그쪽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대안학교인 ‘실상사 작은 학교’와 ‘지리산 고등학교’를 돌아보았다. 중산리 조가 휴식을 취하다가 우리가 왔다는 소식에 숙소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와 “신부님, 간식 사줘요. 저희들 ‘로터리대피소’에서 악천후를 헤치며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산 정상을 밟은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모양이다. 3학년 선배들의 솔선으로 후배들도 좋은 경험과 소득을 얻었다며 지도교사는 “역시 3학년입니다.”라며 칭찬을 했다. 비바람 헤치고 천왕봉에 오른 학생들이 사랑스럽다. 중산리조는 특별히 간식을 사줬다.
 다음 4개조가 머무는 ‘巨林’으로 했다. 간밤에 산장에서 비바람으로 시달려서인지 모두들  대낮인데도 민박집에서 코를 골았다. 따뜻하게 군불 좀 넣어주라고 민박집에 일렀다.
 오후가 되자 거친 구름 사이로 햇빛이 방끗거렸다. 산행을 방해했던 빗줄기는 멎고 언제 그랬느냐 싶도록 밝게 개였다. 본부조는 360도를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는 왼종일 지리산 자락을 달린 탓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청춘인양 위험한 빗길을 달려 원점으로 돌아와서는 밤새껏 코를 골았나 보다. 심술궂은 빗줄기로 금년에도 기분 좋은 산행은 되지 못했지만 학생들은 산장의 일박과 비바람 체험이 시인이 되어 돌아왔다.
 악천후에 산악등반 내내 기도해주신 학부모님들, 식사를 날라다 준 1학년 학부모님들, 그리고 산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지도교사 윤상영 선생님, 그리고 각조를 운영해준 선생님들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소감문에는 산행 그 이상의 눈높이로 자라난 학생들을 보며 역시 선생님의 대안이 준비되어 있음을 알고 마음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