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같은 성모님의 밤에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653 | 작성일 : 2009년 6월 6일

                        스승의 날 같은 성모님의 밤에
  생명이 풍성하게 피어난 5월. 저는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성모님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분들을 떠올려봅니다. 그 분들에게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의 글을 이 밤에 전하려 합니다.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선생님들께!
 너무나 빨리 지난 시간이 저를 때때로 놀라게 합니다. 제가 양업에 들어온 지 3년, 양업에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 욕심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 시간을 잡아두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저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부족한 저를 듬직한 저로 키우셨던 신부님과 수녀님들 그리고 선생님들의 따듯함이 영원할 거라는 염치없는 생각을 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시고, 그래서 땀 냄새가 나는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어린 철부지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멋있습니다. 사랑을 베풀어도 갚을 줄 모르고 오히려 외면해버리는 어린양들에게 상처도 받으셨을 텐데, 그래도 가슴으로 품어 용서하시는 선생님이 정말로 멋있습니다.
 첫 면접을 보러 온 날, “왜 이 학교에 왔니?”라는 질문에 “좋은 학교라고 느껴져서요.”하고 대답했더니,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 학교 하나도 안 좋은데.”하셨던 신부님! 쉬는 시간 잡다한 수다를 떨다 가는 학생들을 아낌없이 반겨주던 수녀님들! 1학년 첫 테마여행 때, 저녁식사에 팔을 걷어 부치고 김치로 삼겹살을 둘둘 말아 입에 넣어주시던 선생님! 제가 늦은 밤 교과실에 가보면 늘 저희 때문에 시간에 쫒기면서도 내일 수업준비를 하다 그대로 책상머리에서 잠들어 버린 선생님! 청소년이 겪을 큰 고민덩어리를 들고 찾아가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상담을 해주시고 속마음을 자상히 읽어주시던 수녀님! 맛난 간식거리를 보며 문 앞을 기웃거리는 학생들을 안으로 불러 큰 손으로 하나씩 집어 담아주시던 선생님! 사모님과 함께 보냈어야 할 결혼기념일까지 포기하며 저희 일이 소중하다며 함께하시던 선생님! “내가 니들 때문에 미쳐.” 라고 입에 달고 사시지만 학생들을 보면 항상 웃음으로 대해주셨던 선생님! 조회, 종례 시간 때 반 학생들이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다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선생님!
 단 한 순간도 변치 않았던 선생님들의 사랑이 오늘의 행복한 양업과 행복한 학생들을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믿음이, 사랑이 영원히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못난 점을 그 넓은 마음으로 덮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며칠 전 봤던 ‘고쿠센’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거기서 양쿠미라는 이름의 여선생님은 야쿠자의 손녀로 어느 고등학교의 문제아 반을 맡게 됩니다. 양쿠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헌신을 다하지만, 학생들은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고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며 쉽게 선생님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주변 선생님들은 그 녀석들은 본래 문제아다, 괜히 힘 빼지 말고 그냥 대충 수업이나 해라, 뭣 하러 그 녀석들을 위해 시간낭비를 하냐며 비꼽니다. 그러나 양쿠미 선생님은 ‘학생을 지킬 수 없다면 선생님이 아니다’라며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들, 웃음을 잃은 아이들, 스스로 폭력 문제에 뛰어들어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을 구해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행복’을 알려줍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아마 양업의 선생님들도 이 양쿠미 선생님처럼 스스로도 벌써 힘들고 지치지만 학생들을 포기할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의 손을 더 꽉 잡고 놔주지 않는 듯합니다. 행복한 웃음소리를 만들어주신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선생님. 3학년들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성모의 밤이 될 이날, 용기를 내어 진심어린 감사를 전해드립니다. 민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