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미사 풍경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782 | 작성일 : 2009년 7월 10일

혼인미사 풍경

  결혼 주례를 하면서 양가의 부모님들을 지켜보았다. 양가 부모님은 미사 내내 자녀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양가부모가 결혼하여 한 몸을 이루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다음, 애써 길러 낸 아들, 딸의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랴. 의젓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누구보다도 큰 기쁨일 것이다. ‘저 철부지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할 텐데…….’ 어쩌면 양가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결혼이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을 것이다. 싱글벙글 좋아라, 웃음 짓는 저 철부지들이 걱정되어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지하게 자식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나는 그러한 부모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미사시간 내내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하객들의 모습을 살폈다. 분명 하객들에는 거품이 들어 있었다. 하객들은 성당 밖 마당에서 부좃돈을 내고 양가 부모에게 눈인사만 하고는, 얼른 잔치국수 한 그릇 챙겨 먹으며 총총걸음으로 떠난다. 신랑신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몇몇 사람만이 자리를 지킬 뿐, 대부분이 신랑신부에게 무성한 빈 말을 남겨 두고는 자리를 떠났다.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빈 마음만 전달하고는 썰물처럼 거품이 빠진 자리는 왜 그리 허전하고 쓸쓸한지. 거품인사도 좋지만 신랑신부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과학의 첨단 시대에 전자기계식 부품처럼 움직이는 것이 식상했던지 눈치를 챈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한 쌍의 남녀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 그리고 양가 부모, 신랑, 신부의 지인들만이 보였다. 우리 결혼한다는 요란스런 초청장도 없었다. 미사가 진행되고 신랑, 신부를 위한 경건하고 살아 있는 생생한 미사를 드렸다. 부조를 위한 화환도, 축의금도 전혀 받지 않았다. 그리고 거창하고 화려한 음식이 아닌, 잔치국수 한 그릇을 나누어 먹은 것이 전부였다. 그들 신랑신부는 하느님의 강복을 받고는 오래도록 잔칫상에 머물며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참 보기가 좋았다.
 우리의 삶이 무한 경쟁이다 보니 배우는 과정에서 따뜻한 마음을 갖지 못했다. 각박하고 인간미 없는 모습만 키워간다. 무한경쟁 탓에 어른들은 총총 걸음으로 살아갈 뿐, 친구, 친지라는 정도만이 옆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축하 장소에 서성이면서도 왜 내가 그 곳에 서 있는지에 대한 의미조차 잃은 듯, 마치 품앗이 품팔이꾼처럼 형식적으로 함께 한다는 느낌이었다. 언제까지 이런 결혼식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걸까? 이런 모습이 바뀔 때도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