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성탄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615 | 작성일 : 2009년 12월 28일


                              기쁜 성탄

 ‘소유’라는 덕목이 부실한, 그래서 도덕불감증이 낙제점인 나라, 내 물건, 남의 물건, 우리들 물건, 임자 있는 물건, 소유의 구분이 분명한데도 눈먼 물건이라 착각하며 자기 것으로 소유하는 부도덕한 나라. 그래서 남의 물건, 우리 물건, 임자 있는 물건도 모두 다 내 물건으로 착각을 한다. 그것도 모자라 눈을 피해 남의 물건을 훔친다. 국가청렴위원회, 국가 권익위원회 등이 왜 생긴 걸까. 이것만 보아도 나라가 도덕불감증이 만연한 것임에 틀림없다. 부도덕한 나라 속에 자라나는 학생들이야 어떻겠는가. 문제행동의 학생들을 보면 성인들에게 그 원인이 있음을 본다.
 학생들이 남의 물건을 훔쳤다. 물증과 확증으로 문제 학생을 찾아내고는 학교는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문제행동에 대한 원인과 치료를 위해 전문 상담가에게 보냈다. 그러기를 한 달이 지날 무렵, 한 학생은 복교가 두렵다고 자퇴를 했다. 자신이 용서를 청하고 동료들이 용서해면 좋으련만 학교는 그 학생의 학부모에게 복교를 설득해 보았지만 학생은 끝내 학교로 돌아오질 않았다. 마음이 아프다. 미래의 좋은 학생으로 커가길 기도할 수밖에…. 다행히 한 학생은 복교를 하여 기말고사를 치르고 다시 체험학습에 들어갔다. 이 학생도 동료들로부터 소외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학교보다 집을 선택했다.
 선생님들이 학교의 학생들을 불러 모으고 이 학생을 용서하고 품어달라고 부탁했으나, 학생들은 냉랭했다. 예전에 그 학생과 함께 지내던 친구마저도 ‘용서’의 여유가 보이질 않았다. 하나같이 닫힌 마음으로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배척하였다. 나는 성경에서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를 들려주면서 설득에 나섰지만, 학생들은 철저히 큰아들이 되어 동생을 단죄하는 목소리를 똑같이 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완고한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줄 좋은 대안이 떠오르질 않았다. 2009년 성탄은 다가오고 이렇게 막을 내리면 기쁜 성탄을 요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만일 그 학생을 품어줄 아기 예수님의 생생한 구유가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번 성탄은 더 이상 즐거운 성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완강히 거부하는 학생들 속에는 연극부원들이 제법 있어 갑자기 묘안이 떠올랐다. “애들아, 성탄연극제 있지 않니. 이 내용으로 우리 연극 대본을 써보지 않겠니. 아마 이 내용으로 연극을 한다면 대박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연극이 아니고 실제상황인데 우리 해피엔딩으로 끝내야 하지 않니!” 학생들은 이 말에 한동안 침묵했다. 한 학생이 말의 뜻을 알아들었던지 “알았어요.” 하자, 여기저기서 “알았어요.”라며 마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훈훈한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이 하나가 된 것이다. 학생들이 성탄준비를 하며 고해성사를 보았다. 학생들이 자기반성의 소리를 하느님께 들려주었다. 그들 마음은 사랑으로 버림받은 학생을 용서하고 품어주고 있었다.
 기쁜 성탄은 내 마음에 따뜻함을 만들고는 아기 예수님을 낳는 기쁨이다. 또 다른 성탄은 소외된 자, 가난한 자, 어두움에 두려워하는 자를 기억하고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그들 또한 아기 예수님을 낳는 기쁨이다. 비록 학생들이 그 학생과 오랜 시간 헤어져 있어서 서먹서먹하겠지만, 냉랭한 마음은 차츰 녹아지고 있었다. 2010년 새 학기가 오면 모두들 한마음으로 함께 웃을 것을 기대한다. 실제상황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고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하느님을 찬양한다.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들에게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