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기군 실업자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813 | 작성일 : 2010년 1월 9일

고위기군 실업자들

  오늘의 많은 대학은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의 공간이 아니다. 과연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학문하는 대학이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대학진학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대학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 같아 유치원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봄부터 늦가을까지, 사교육비 아낌없이 투자하며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대학에 진학하면 그 기쁨도 잠시 뿐, 대부분의 대학진학생들은 졸업 후 고위기군 실업자가 된다. 그들은 졸업 후 자신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목적 설정이 안 돼, “엄마, 나 어떻게 해야 해?” 하며 아직도 자신의 결정에 자신이 없다. 이런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속이 타들어 간다. 직장이 있어야 결혼도 하는데, 직장 구하려다 결혼도 못한 채 불혹의 나이를 넘보는 고위기군 청년들이 부지기수이다.
  한 학생이 문제행동 때문에 고위기군이 되어 우리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했다. 이 학생은 졸업 후, 대학진학에 합격했으나 스스로 포기했다. 그는 학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인간관계에 필요한 리더십을 익혀갔다. 그는 졸업 후 자기 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으며 장사를 해서 60억대 부자가 되어 학교에 나타났다. 학교에 감사하다며 매년 익명으로 쌀 짝을 선물했다. 또 다른 고위기군이었던 학생이 있었다.  그도 우리 학교를 졸업 후 명문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내내 우등생으로 지냈으며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 두 학생이 10년 만에 서로 만나 하룻밤을 지내며 대화를 나누었다. ‘장사’하는 친구가  ‘회계사’ 친구에게 “자네는 그동안 공부하느라 눈 버리고, 몸 버리고 고생이 말이 아니구먼.” 하자, 이번엔 ‘회계사’가 “자네가 부럽네. 나는 죽도록 공부해야 하고, 늘 이 고생이네….” 한다. 어쨌든 두 친구는 서로 다르게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자기 길을 힘 있게 살아간다. 대망의 2010년 5월, 한 학생은 모교 교정 잔디밭에서 학교장의 주례로 야외 혼인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고교시절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이었지만 학교생활을 ‘그냥’ 지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삶의 주인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요동쳤고, 좋은 길을 선택했고, 꼭 필요한 일들을 이루며 살았다. 그 결과 지금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왜 고위기군 실업자들이 되는 걸까? 삶의 길잡이인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말에 고분고분하며 잘 지내다,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을 뿐인데, 졸업 후에는 갈 길을 잃었다. 이는 모든 일을 막연히 하다보면 ‘그냥’ 적당히 이루어지겠지 하는 착각이 원인이 된 것이다.
 “젊은이여, 오늘, 이 시간,  좋은 길로 방향 짓도록 올바른 선택을 하라!” 그 선택은 길잡이인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주체인 내가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노력하는 것이어야 한다. 길잡이도 나의 길을 잘못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못 선택한 길을 아차 싶어 돌아가고 싶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다. 학창시절에 자기 삶의 큰 그림도 그려보며, 그 그림의 완성을 위하여 틈틈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세상보기도 하며, 내 소질과 적성도 맞춰보기도 하고, 내 인생길이 큰 보탬이 되는 좋은 결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육현장은 2009학년도 결산을 맞이하고 있다. 2010년 새해에는 쏟아져 나오는 대학생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위기군 실업을 해소해 주길 희망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각자가 실현할 꿈과 희망을 갖고 청춘예찬을 읊을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강한 한해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