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없는 아이들의 정기모임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273 | 작성일 : 2010년 1월 31일

'꿈 없는 아이들의 정기모임'

  “학교는 꿈이 없는 아이들의 정기모임 장소와 같습니다. 8살이 되던 해에 ‘학교’라는 곳에 초대장을 받고, 19살까지 정기적으로 둘째 넷째를 뺀 토요일까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곳, 모여서 하는 일은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머릿속 메모리에 정보를 저장하는 일입니다. 19살이 되는 해, 11월에 보는 한 번의 시험으로 그 정기 모임은 끝이 납니다. 결과에 따라 1등급은 좋은 곳으로, 불량품인 9등급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갑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닙니다. 진짜 꿈을 찾아주고 그걸 이룰 능력을 키워주는 그런 ‘학교’가 그립습니다. 하루 종일, 매일 매일, 적어도 10년이란 세월 동안 제 머리에 집어넣었던 그 지식들이 제 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설명해 주는 학교 말입니다. 큰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우리와 교과서 안의 정보를 전해주는 학교가 서로 통할 수 있는 법을 누군가 가르쳐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단순암기로 단순해진 저의 뇌는 어떤 창의적인 것을 요구 받을 때 많이 힘들어합니다. 우리는 무의미한 아이들의 정기 모임 장소가 아닌, 꿈의 공장에 다니고 싶습니다.”(조선일보, 10.01.29, A29, 인천 계산여고 2년, 조유나 학생의 글)
  나는 이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꿈을 갖게 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하여 학교 관리자의 한 사람으로 머리 숙여 사과를 하고 싶다.
  대안교육을 지향하는 학교에서 지낸지도 13년이 되었다. 대안교육의 시작을 잘못해서인지 문제아, 부적응아들의 학교라는 인식이 다수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안교육은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꿈 없는 아이들의 정기모임’을 갖는 일반학교 학생들과 달리, 우리 학생들은 꿈을 갖고 살도록 안목을 넓혀갔다.
  도대체 무엇이 전국의 많은 학생들을 이 학교에 찾아 들도록 했을까? 아직도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바르지 못해, 부적응, 중도탈락의 낙인찍힌 학교로 다수가 인식하는데도 말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학교에 대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 13년이란 세월을 원안 그대로 고정시키고 있을 때, 우리 학생들은 꿈의 기회를 잡았고 행복했다. 우리 학생들은 꿈이 있어 행복한 학교라며 입소문을 냈다. “좋은 학교, 양업, 정말 우리에게 행복한 학교였습니다.” 학부모도 덩달아 가감 없이 입소문을 냈다.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복음의 학교가 되었다.
  이제는 학부모들이 입소문을 자제하려 한다. 그 이유는 입소문이 경쟁력을 높이면 자기 자녀가 불이익을 입는 다는 생각인 것이다. 학교 관리자도 입소문이 탐탁치 않다. 그 이유는 칭찬보다는 “문제아들이 역시 머리가 좋단 말이야.” 또는 “학교 설립의 본질이 변했어. 왜 문제아들 안 뽑아!” 라며 비아냥거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학진학에 꿈을 이룬 진로에 대한 소문을 꺼내보자. 자발성을 갖고 공부하여 여학생의 일본 주오법대(APU 대학, 메이지 법대, 릿교 법대 모두 합격), 동경 순심여대를 3명이 진학을 했다.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인하대, 숭실대. 덕성여대, 상명대, 서울, 대구 가톨릭대, 한국 산업기술대, 경북대, 충북대, 충남대, 한국농업대, 경남대,, 한국 폴리텍대, 배제대. 상명대, 덕성여대, 군산대, 제주대……. 줄줄이 꿈을 찾아 진학했다. 학교는 그들을 성실히 사랑하며 존중했고, 학생들은 미래의 꿈을 갖고 비상했다.
 입학사정관들이 우리 학생들을 만나면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도 있는가?”라며 신기하게 바라보며 경청한단다.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해결사들이 없는 다수의 학교, 그곳은 지식만 먹여주려 안간힘을 쓴다. 교사와 부모들이 상처를 입혀놓고는 ‘문제아’라고 다그치며 더 큰 상처를 준다. 이 상처받은 아이들은 학교가 꿈이 없는 아이들의 정기모임이라며 우리 학교에 찾아 왔다. 그리고 지금은 행복한 꿈의 꾸며 미래를 열고 있다. 그들이 졸업하며 만든 3년을 담은 앨범 속에 하나같이 모두가 촘촘히 ‘행복’이란 단어들로 수놓았다. “이 꿈의 학교에서 우리는 꿈을 찾아 행복한 마음으로 학교를 떠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학교인가. 아름다운 학교에서 행복한 마무리를 하는 이 시대의 고등학생의 모습이…….
 누구 하나의 노력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행복한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밝은 미래 또한 꿈꿀 수 있지 않겠는가. 올 한 해, 우리 교육을 담당하는 모두 한 발짝씩 아이들에게 다가가 보자.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에게 존중감을 갖고 대하여,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 보자.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이 ‘꿈 없는 아이들의 정기모임’이라는 슬픈 타이틀이 아닌, ‘꿈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