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나는 축제와 미사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935 | 작성일 : 2011년 1월 2일

                          맛이 나는 축제 그리고 미사

 성탄 날이면 각 성당마다 자리가 비좁다. 성가대의 성탄 미사곡과 잘 준비된 전례미사는 그만큼 장엄해진다. 얼마나 장엄미사를 하고 싶었던지 꿈속에서 오랜만에 주례를 했다. 참 신났다. 지휘자의 손끝에 모아진 성가대의 성탄 곡은 감동적이었고 마치 ‘시스터 액트’ 영화에서나 봄직한 신나는 미사였다. 늘 그래왔지만 사실 성탄전야미사는 학교 수녀원가족과 학부모 가족 몇몇이 모여 정겹게 미사를 봉헌했었다. 조촐한 구유축복과 정성된 구유경배, 그리고 이어지는 성탄미사는 본당의 장엄미사와는 대조를 할 수 없지만, 성탄신비가 마음속을 후벼 파고 들었던 모양이다.
 꿈에서 깨어난 나는 왜 이런 미사 꿈을 꾸었을까. 한동안 멍한 머리를 추스르며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김수환 추기경님의 성탄 전야미사가 떠올랐다. 성탄전야 때면 추기경님은 복지시설에서 성탄미사를 봉헌 하셨다. 내가 봉헌한 성탄전야의 조촐한 성탄미사를 봉헌하고는 깊은 잠 속에 빠져 들었을 때, 그 여운이 꿈속에서 강하게 살아났던 모양이다. 또한 일 년을 마감하는 학생들의 양업 축제의 여운이 내 마음에 진하게 남아 있던 탓도 함께 성가대 반주처럼 살아났을 것이다.   
  대작의 오페라, 오케스트라 협연 등 그들 작품을 올려놓을 만한 무대는 예술의 전당 같은 대공연장이 있어야 한다. 반면에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조졸한 소극장도 있다. 그 맛은 작품의 규모에 따라 각각 다르다. 스케일이 웅장하면 할수록 대공연장이 맛이 날 테고, 소규모작품은 소규모 공연장이 있어야 나름대로 그 맛이 날 것이다. 내가 지낸 경당의 성탄전야미사도 그랬고, 우리 학생들이 마련한 양업 축제도 그랬다. 아주 작고 조촐하다는 표현이 꼭 맞을 것 같다. 마치 연출하는 배우와 객석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미사와 축제였다고나 할까. 아기 예수님 성탄신비는 장엄미사 안에 가려져 관객과 배우의 친밀성이 부족하지만 경당미사에서는 강하게 살아났었다. 소극장에서 열연하는 배우들의 땀투성이의 생생한 연기는 객석의 사람들을 감동하기에 충분했다. 소극장 배우들의 열연에 객석은 온통 손수건을 꺼내들고 울음을 훔쳤다.
  우리들의 축제 양업제는 학생들이 기획하고 학생들이 진행하고 학생들이 열연했다. 어찌나 열연을 했던지 땀이 뒤범벅으로 축제의 열기를 멈추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방학이 시작되어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도 그 함성이 학교 동에 가득 차 있는듯하다. 학생들의 축제였기에 객석의 부모들과 공감이 컸으리라. 파트별 테마기획 상품, 도자기 공예 전시물, 학생들이 모아 만든 책 판매, 라디오 스타, PD 학생의 흥미로운 진행, 그리고 그들이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풍성한 음식을 맛보기라도 하듯 객석에서는 축제를 맛있게 대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축제 무대와 객석은 고작 225㎡(68평)였다. 학교 중앙 홀에 조명과 무대가 차려졌고, 객석이 좁게 마련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효과는 객석과 무대가 함께 어우러져 200%를 발휘했다. 학생들이 무대를 올라 신나는 그들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열기가 고조되었다. 학생 모두가 한 사람도 예외 됨이 없이 무대에 올랐었다. 수줍은 학생도, 끼가 부족한 학생도, 외톨이로 지내던 학생도 그 누구도 예외 됨이 없이 열기 속에 빠져들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동료들이 격려했고 또한 힘을 실어 주었다. “무대주변에서 제 아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서성일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제 아이가 무대 중심에서 춤을 추고 있었어요.” 늘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자녀가 생동하는 것을 보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제 남편이 보았으면 신났을 텐데, 아쉽습니다.” 동영상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경당미사, 소규모 무대 공연, 정말 꿀맛이었다. 이런 일이 있던 나는 꿈속에서나마 오랜만에 신나는 장엄미사를 거행할 수 있었나 보다.  2010의 양업인들이여! 그대들은 훌륭했다. 모두에게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축복을 전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