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왜 해야 하나?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091 | 작성일 : 2011년 3월 29일

                        공부를 왜 해야 하나?

 작은 정부는 국책사업을 유치하려고 안간 힘을 쏟는다. 과거 경부선 철도가 설계될 당시만 해도 경유지로 청주를 포함시켰지만, 당시 유림들이 나서서 청주역 통과를 적극적으로 반대했었다. 농경문화에서는 농로 길로도 족했기에 이러한 일도 당연했지만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영남은 영남대로, 호남은 호남대로, 충청은 충청대로 자기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 도움이 되는 국책 유치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당시 우리 생각으로는 고속도로도, KTX 고속철도도 의식 속에서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1968년도 대학시절, 경제학과 교수는 80년대 초 마이카 시대가 온다는 강의를 했다. 경제발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희망이 경부고속도로를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안목 있는 교수는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성장하고 80년대 초 마이카 시대는 정확히 펼쳐지고 있었다.
 시골길이 점차 넓어지고 물류가 확대되고, 소비가 촉진되고 우리 고향의 옛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1번 국도와 경부선 철도가 고작이던 이곳이 경부, 중부고속도로가, KTX고속열차가, 청주국제공항이 생겨났다. 시골은 도시가 형성되고 소박한 고향마을도 이제는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놀랍게 변화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 시골길, 시골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오늘 내 고향 마을의 변화를 보고 있다. 그리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놀기보다 공부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생들 대부분이 나처럼 놀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
 사람의 뇌는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그리고 공부를 통해 뇌는 여러 지식과 경험들로 정보들이 쌓여간다. 여러 학문적 지식들이 단위교과를 통해 기억되고, 기억된 지식들은 통합된 지식으로 축적되어간다. 그리고 통합된 지식들은 하나의 체계화를 통해 주장이 생겨난다. 이런 주장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고, 논리 타당한 지식체계를 구축하면 그 안에서 창의성이 피어난다. 마치 시골길이던 뇌 구조가 편도길이에서 2차선 4차선으로 확대되어가고 고속화된 뇌의 구조 안에서 창작물이 나오는데 이런 창작물을 내 놓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나는 요즘 ‘아이 폰’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만났다. 아이 폰을 통해 무궁무진한 정보의 통합기술을 보면서 아이 폰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존경스러워졌다. 단순기능에서 복합기능으로 무한대로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기기를 보며 놀랐다. 단순기억으로만 살아가는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시골사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뇌의 구조를 생각하고는 발전성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끊임없이 학문하는 사람들, 이들을 통해 창작물은 문명의 이기가 된다.
 땀 흘려 공부 안하는 청소년을 볼 때 안타깝다. 놀기만 좋아하고 학업에 대한 포기각서를 쓴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노느라 10대의 시간을 다해버린 무력감에 빠져버린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뇌 속에서 무한대로 발전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단순기억에서부터 성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정부가 왜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저리 안간 힘을 쓰고 있는가를 보고, 자신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