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입학전형 모습을 보고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326 | 작성일 : 2011년 10월 20일

                          2012년도 입학전형 모습을 보며

 전년도보다 입학지원율이 더 상승했다. 40명 모집에 300명이 넘었으니 8대1에 가깝다.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도 2명이, 전국의 각처에서 학생들이 고르게 지원을 했다. 120명 규모의 학교라서 그 많은 학생들이 편히 시험을 보게 할 교실공간도 이제 여유롭지 않다. 어쩌면  작은 식당에 음식 맛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 온 손님들 같았다. 제한된 입학인원에 비해 많은 학생들을 탈락을 시켜야 하는 심정은 마치 맛좋은 음식을 찾아 온 귀한 손님들이 앉을 자리가 없어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 학교에 이미 형이나 언니가 재학하고 있는데, 그 동생들이 그들 변화를 지켜보다가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며 지원을 했다. 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선발규정에 의해 엄격한 면접과정을 통과해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학교장의 생각은 모든 학생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여 교육할 그들의 천국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마음이 괴롭다. 지원자들 모두가 적당히 준비해서 입학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가. 안타깝다. 학부모들은 ‘가톨릭 대안교육 연수’에 참여했고, 학생들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학교가 주관하는 ‘학생겨울캠프’에 참여하며 입학을 준비한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의 노력에도 탈락됨은 교육을 책임진 교장으로 그들에게 직무유기처럼 느껴진다.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지원 원의가 너무도 확실해서, 학교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줄줄 외고 곧잘 연결시킨다. 이런 그들의  원의를 보아서라도 학생들 모두를 선택해주어야 했다.
 나는 입학전형이 있던 날, 학교를 가득 메운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학부모의 초조한 표정을 보았고 인사를 몇마디 하다가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의 표정이 나에게 내 자녀에 대한 희망적인 시원한 답을 들려달라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학부모의 긴장된 마음이 내 마음도 불편했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 당장 희망을 줄 수 있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인사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리더는 언제나 상황을 읽고 표지의 뜻을 헤아려 대안을 마련하는데 고민해야 한다. 학생 40명을 선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탈락의 대상학생들을 위해 대안을 찾아 과제를 풀어 줘야한다. 나는 경영의 CEO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표지를 읽고, 해법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의 중요한 일이다.
 언젠가 이 학교를 설립의지를 표했을 때 하느님께서 나를 세워주셨다. 처음엔 일이 추진이 되질 않았지만, 나를 벼랑 끝에 세우고 더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보라고 나 자신 전체를 흔들어 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 일이 더 잘 추진되었었다. 지금 심정도 내 자신을 또 다른 벼랑 끝에 세워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것이 제2의 학교 설립이던지, 그들을 품어 안을 학교를 위해 내가 또 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벼랑이라는 위기 속에서 뿌리 내리고 늘 싱싱하고 아름답게 자라나는 소나무를 본다. 나를 비롯하여 교직원들이 학교의 학생들이 싱싱하고 아름답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벼랑 끝에 서야한다. 학부모들은 각 교구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대안학교를 세우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총대를 멘 사람들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각 교구에서 총대를 멘 신부들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내고, 열심히 청하고 그러면 언젠가는 각 교구마다 새로운 희망이 싹터 나올 것이다. “애들아, 먹고 싶은 음식 먹으려 찾아 왔지만 장소가 비좁아 소중한 너희를 지금은 돌려보내지만, 머지않아 너희 동생들에게는 맛좋은 밥을 먹일 수 있도록 준비하자.” 우리 모두가 목표를 담고 함께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믿음대로 이루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거다. 애들아 꼭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