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이 행복하지 않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464 | 작성일 : 2011년 12월 24일

                            10대들이 행복하지 않다

 설립 초기, 낙인찍힌 학교에 이제는 대거 똑똑한 학생들이 지원한다. 그 이유가 뭘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른들이 성적만으로 경쟁사회를 만들어 넣고 계속해서 잔소리합니다. 진짜 공부를 위해 놀고 싶어요. 학생들이 많은 경우 맹목적으로 경쟁 속에 시달리고 있어요. 목표도 없이 죽어라 공부만 합니다.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스스로 공부하는 건 공부 잘하는 학생들 밖에 없어요. 그놈의 성적 때문에 공부 잘하는 학생마저도 자살 충동을 자주 갖게 됩니다. 목표가 있지만 살인적 경쟁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딱히 목표가 없어요. 아직 목표가 없지만 고등학교의 학창시절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을 수 있고, 미래를 행복하게 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학교일과는 싸움을 붙여놓고 숨막히게 합니다. 30분 더 자려고 아침밥 안 먹고, 일요일에도 학원에서 선행학습에 시달립니다.” 교육행정가들은 학교를 서열화시키고, 서울대 몇 명 갔는가를 놓고 학교 평가한다. 이에 학교 관리자는 교육목표와 관련없이 선행학습으로 진도 나가고 평가해서 학생성적표를 공개한다.
 경향신문의 특집 ‘10대들이 아프다.’(11.12.19)를 보았다. “시험 2주 전만 되면 서로 서먹해지고 많이 싸우고 거의 행동이 돌발적이고 미쳐있다.”고 표현한다. 상대평가이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이대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점수 1점 올리려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언젠가 나는 한 학생이 시험 때만 되면 두통을 호소하며 아프다고 했다. 매번 시험을 피했고, 언제나 집으로 피신했다. 똑똑한 학생인데 시험공포로 시험만 본다면 손이 떨려 시험을 볼 수 없다고 했다. 그 원인이 중학교 시절 부모가 성적을 강요하며 새벽 세시까지 공부하도록 다그쳤다고 했다. 시험 때면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를 제법하는 친구들 책과 노트가 수난을 겪는다. 친구가 이를 빌려 달라하면 단호히 거절한다고 들었다. 친구 사이가 이 정도여서 시험이 닥치면 서로 훔치고, 싸우고, 야단이란다. 사물함을 기어코 열고는 노트를 훔쳐가고 책도 훔쳐간다고 했다. 책을 빌려주지 않으려고 자기 책을 창밖으로 던지는 학생도 있단다. 명문학교 학생들이 서로에게 시험정보를 알려주기가 싫은 거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명시된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육목표는,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학생을 양성하고, 창의적인 인재, 글로벌한 인재를 육성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학생의 운전대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모두 빼앗긴 상황이다. 오르지 목표와 관계없이 교과진도와 평가뿐이니 언제 교과서 안에 수록된 교육목표를 과연 실현할까 의문이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껏 자발성을 키워주는 교육방법은 볼 수 없었다.” 학생이 말했다. 아이들은 자기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며 자기의 미래를 선택하고 결정하고 싶어한다. 모든 학생들은 행복한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 다니고 싶은 학교를 원한다. 나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자는 주장은 아니다. 좀더 그 교육의 필요성과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를 학생들에게 정확히 알려준다면, 학생들의 응어리진 마음은 조금은 풀릴 것 같아 말하는 것이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양업학교를 선호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공부로부터 해방감을 맛보려 찾아 온다. 공부는 모두 싫어한다. 그러나 싫지만 해야 할 필요성을 더 강조하고 스스로 공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학생들을 믿어주고 존중해주면, 학생들은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간다. 공부의 맛을 알아가는 똑똑이들은 여전히 놀고, 공부 안하고, 잠만 자는 것 같지만 사실과는 다름을 본다. 정말 ‘10대들은 아프다.’ 이 아픔을 잘 조절할 줄 아는 행정가들의 올바른 변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