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학년도 시작하렵니다.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257 | 작성일 : 2004년 2월 24일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지나면 생명은 더욱 약동을 합니다.
버들가지 눈뜨고 새들도 짝을 찾고 농부들의 일손은 더욱
바빠집니다. 학교는 2004학년도를 시작하게 되고 새내기들
은 자리잡기에 분주해집니다. 활기찬 삶의 봄이 되시기 좋
으신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학생들과 지낸 시간도 벌써 일곱 해를 맞고 있습니다. 덕분
에 이제는 학생들과 지낸다는 것이 매우 설레고 흥미롭습니
다. 생명의 농사꾼이 되어가고 있음이지요. 저에게는 학생
들이 고맙고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학생들이 여전히 학교
를 포기하고 떠나기도 하지만, 선생님들의 품어주는 능력
이 부족해 학생들을 놓치기도 해서 안타까웠습니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렵니다. 지난 해
9월부터 이번 새 해 2월까지, 6개월에 걸쳐 신입생 선발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학교가 세상에 너
무 알려져 많은 학생들이 입학하기를 원했습니다. 아마도
8 : 1 정도가 되었을 거라 여겨집니다.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한 명당 적어도 5회 이상 면접을
했습니다. 학생의 분명한 의지를 살펴야 했고, 이 학교에
오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했고, 또 상처가
너무 깊으면 저희의 한계 밖에 있는 일이라 면담을 주의 깊
게 해 왔습니다. 수용시설이 아니고 학교이기에 기초학력
이 있어야 했습니다. 심사숙고하며 정원인 40명을 선발했습
니다. 이렇게 40명을 선발하고서도 전 교사가 면담을 한번
씩 더 하여 최종적으로 검토를 한 후에 합격을 결정했습니
다. 합격한 학생들은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는 뿌듯함으
로 이 학교에 입학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됩니다. 공교
육의 시스템 중 특히 실업계는 특목고, 인문고에서 탈락하
여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오는 학교로 여기고 있습니
다.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긍심도 없어 마지못해 왔다고
스스로를 자학합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우열로 구분 짓고
는 덩달아 비난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학생들은 더 나아질
수 없는 악조건이다 싶으면,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은 학
교가 되어 들락거리게 됩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 곳의 학생들은 선택된 것에 대하여 자랑스레 여깁니다.
모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선택했기에 내 자식처럼 여기며
사랑합니ㅏㄷ. 학생들이 어떤 미성숙한 처지라 해도 선생님
들은 비난하지 않습니다. 내 학교에 입학을 허용한 것은 우
리들이기에 교사가 그들의 미성숙함을 책임질 뿐입니다. 일
단 내가 선발한 학생들은 우리 자신들의 몫이며 우리는 학
생들의 성숙을 향해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칭찬과 격려, 관
심과 사랑을 쏟아 줍니다. 또 다시 생명농사를 지어야 하
고, 아이들에게 삶의 봄이 오길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또
한 훌륭한 농사꾼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