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放縱)과 안주(安住)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515 | 작성일 : 2004년 7월 2일

한국어 사전에서 ‘방종’은 ‘아무 거리낌 없이 제 마음대로 놀아먹음’으로, ‘안주’는 ‘둥지를 틀고 편안하게 지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생은 순례의 여정이다. 순례자는 분명한 지향과 목적이 있다. 순례자는 고통과 직면할 때라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런데 사노라면 아무 목적 없이, 때론 목적을 잊고는 방종하며 안주할 때가 있다. 방종은 힘들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놀아나다가도 마음만 잡으면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주이다. 정체성에서 비롯된 초발심의 마음은 온데  간데 없고 목적을 잃은 채 편안하게 지내는 삶이 더 무섭다.
  우리 아이들의 생활을 보면 천하태평이다. 늘 아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ꡒ오늘 뭐하고 지냈니?ꡓ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공통적인 대답은 ꡒ그냥 지냈어요.ꡓ이다. 늘 그냥 지내기에 여전히 그냥 지냈다는 것이다. 목적이 없으니 아무런 가치 없이 시간을 날려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마음을 잡고 학생의 신원으로 돌아와 기쁜 모습으로 사는 것을 본다. 방종했던 아이들은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지도한 교사는 보람을 느낀다.
  그렇게 보면 안주는 방종보다 더 골치거리이다. 날들은 늘 새로운데 우리의 삶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신원에 대한 목적과 지향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자기를 과거에 고정화 시켜 편안함에 몸을 기대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삶에 적응토록 항상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 나이가 들고 훌쩍 지나쳐버린 시간을 아쉬워하며 헛살았던 과거를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매일 매일, 철저한 자기반성과 새로운 시작의 기도가 필요하다. 오늘의 시간이 답습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 오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내가 지니고 사는 정체성에 관하여 최선을 다해 지향과 목적을 드리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은 내 자신을 일으키고, 방종하는 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늘 생각하게 했다. 모든 것이 마련되고 고통이 줄어들을 때 생각을 꺼버리고 안주하지 않았나 싶다. 안주는 방종보다 더 무섭기에 성서에서 광야에서의 고통을 통한 여정을 맛보게 한다. 그 여정에서 고통을 직면했지만 늘 신선한 날들을 맞이할 수 있었고 하느님과의 만남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안주하지 않기 위해 날마다 반성하고 새벽을 깨우며 새날을 맞이해야 한다.
  대안학교에 근무하는 구성원 모두는 고통 속에서 값진 진주를 찾아낼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 자기 발전을 위한 고통이 없다면 그것은 안주이다. 삶과 직면하여 끊임없이 고통과 부딪쳐야 한다. 결코 우리의 삶은 안주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