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아름답다.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185 | 작성일 : 2004년 10월 8일

天然色의 아름다움을 본다. 붉은 단풍잎, 파란 가을하늘, 황금 벌판....
아이들과 산행을 했다.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떠나니까 아이들이 간식이 없어 불안했나 보다. 하느님의 섭리인가, 따라 오르다 길을 잃어버렸다. 불안해 한 아이들과 산 속을 한참 헤매다 익어가는 가을을 만났다. 어름, 다래, 토종밤, 먹을 것들이 공중과 바닥에 널려 있었다. 도시의 아이들은 배고픔을 해결할 대책이 없다. 먹을 것이 널려있는데도 무용지물이다. 어름을 따 맛보이며, 국산 바나나다 먹어보라! 툭 터진 사이로 잘 익은 어름 입에 넣는다. 쩝쩝, 야 맛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어 이거 타잔 넝쿨이네! 바라보니 오래된 다래 넝쿨이었다. 군데군데 떨어진 다래르르 발견하고는 나도 맛 보고, 먹으라고 건네주었다. 야, 이거 키위 맛이다. 두리번거리며 눈이 밝아진다. 길을 잃은 무서움과 배고픔의 허전함을 마음으로 제법 채웠나 보다. 너 이거 먹어! 따 주기도 하고 주워주기도 하며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한 친구가 이번엔 어, 이거 알밤이네. 연신 다람쥐 흉내를 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 껍질을 벗겨 내었다.

산행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인 800고지에 올랐다. 산자락의 원근의 분명함 속에 가을을 본다. 참 아름답다. 여느 때 돌아다니며 본 하늘보다 유별나게 더 아름답게 보였다. 한숨 돌리고 고개를 들었다. 맑은 공기, 파란 하늘, 멀리 가까이 보이는 채색된 풍경 속에 조화로운 도시의 모습도 정겹게 다가온다. 우리 아이들, 사과를 한 입 물었다가 껍질을 휙 버렸다. 어른이 이 모습을 보고 이놈들, 했다. 여기 있는 다람쥐는 고급이라 그런 것 버려도 안 먹어. 또렷한 야단에 한바탕 혼쭐이 났다. 오랜만에 어른다운 어른을 만났는지 움찔거렸다. 제대로 배웠을 것이다.

신부님 배고파요. 이제 가을의 아름다운 정취도 느낄 만큼 느꼈는지 배고프다고 야단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잖아요, 빨리 내려가요, 하며 법석이다.

갈비, 사주세요! 어련히 해결될 일도 역시 아이들답다. 마음껏 먹으라고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그래도 예법은 배운 모양이다. 신부님 먼저 잡수세요. 모두 맛나게 음식을 먹었다.

저녁 미사시간이다. 한 방 가득히 홈 미사를 봉헌했다. 신자들의 기도에 동행했던 아이가 " 신부님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오을 상행에서 양식이 없는 저희에게 양식을 준비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꼭 그렇게 준비해 주세요" 아이들이 정신없이 웃어댄다. 선생님들도 따라 웃는다. 정신적 양식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할 텐데... 어휴!!